아빠의 티셔츠

by 느루


반소매 티셔츠는 시보리가 있어야 하고 가슴에 포켓이 있는 것을 선호하셨다.

당시 아빠는 담배는 태우셨고 늘 당신이 쉬이 원하실 때 꺼내기 쉽게 가슴에 포켓이 있는 옷을. 아니 ,

옷만 원하셨다.

그렇지 않은 옷이라면 엄마는 처음부터 이 옷은 참 색이 맘에 들지만 아빠는 … 하며 선택에서 제외하시곤 했다.

어릴 때부터 늘 쇼핑메이트였다. 딸이란 여러모로 부럽다.(아들만 둘인 나로서는)

그뿐 아니라 엄마는 나에게 많은 것을 공유하였다.


아빠는 엄마가 알아서 사오는 대로 잘 입는 편이었다.

보통의 부부들은 같이 쇼핑을 하거나 각자 하거나

사다 주는 대로 입거나 하지만, 우리 엄마 아빠의 경우는 아빠가 남자치고는 이렇게 저렇게 제시하는 것이 많고 주문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엄마는 사다 주는 편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제시하는 조건에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는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은 아빠를 찾아다녔다. 동네 어딘가를 찾아다니며 나를 데리고 다녔다.

가끔 그때를 생각한다.

그때 그 여인의 마음이 어땠을까?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을 텐데.

딸이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우리 엄마는.


하루는.

그즈음 우리 아빠의 티셔츠가 갈기갈기 찢겨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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