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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메이쩡 Oct 25. 2024

마흔, 이직해도 될까요?

마른하늘에 날벼락


얼마 전 사에서 10근속상을 받았다.

그제야 지난 10여 년의 발자취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일은 비록 힘들었을지언정 동료들이 너무 좋았고, 월급은 성에 차지 않았지만 회사의 미래를 보 이겨던 것 같다. 사하게도 나의 기대와 희망이 빛을 발한 탓인지 대기업 계열사에 불과했던 회사는 몇 년이 지나자 대기업 타이틀을 달았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명함에 내심 뿌듯했고 가족들에게도 빳빳한 새 명함을 돌리며 자랑했. 치 첫 출근한 신입처럼 모든 게 새로웠다.

새로움도 잠시 일상은 계속되었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평범한 하루가 모이더니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회사 게시판을 보는데 눈에 띄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엥? 회사 매각 기사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익명으로 올라왔지만 분명 외부인은 아닐 이다.

직원만이 접속할 수 있는 사이트인데 이렇게 사적이고 화난 어투의 글을 올린다고? 혹시 외부에 보안이 뚫렸나?

소식에 밝지 않던 나는 회사 동료에 왜인지 상황을 물었다. 알고 보니 우리 회사의 매각기사가 이미 신문에 났다는 을 들었다.


오 마이갓...

이게 무슨 일이야?!


요즈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회사 역시 힘들다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회사의 존폐를 논한 적 처음이라 잖이 당황스러웠다.

연이어 이에 대해 아무 언급 조차 하지 않은 임원과 대표에 대한 의구심과 원망이 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사까지 날 정도인데 수뇌부에서 모를 리가 있을까?

미리 언급이라도 주던가... 추석 연휴 전날 직원들에 이런 아찔한 서프라이즈를 주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짧은 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머릿속이 잡했다.


기사 내용 대로라면 대충 그룹사에서 우리 회사의 매각을 위해 다수의 매수자와 논의 중이라는 얘기데...

다수의 매수자...? 그럼 협상만 잘 되면 팔린 다는 것일까?

물론 기사가 떴다고 모두 사실일리가 없지만 그래도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까? 싶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다.


한 회사의 거취는 직원 모두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건 없지만 기사 하나에 온 사람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현실 앞에 우리는 그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늦기 전에 서둘러 이직한다.

2. 소문일 수 있으니 끝까지 버텨본다.


마치 1번과 2번 중 단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처럼 온몸이 긴장과 불안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안될 것 같았다. 그날은 하루 종일 불안과 씨름했다.


며칠뒤 대표의 전사 메일 한 통이 날아왔다.

요약하자면 해당 기사는 자신도 모르는 내용이거니와 혹여 그런 일이 있게 되면 누구보다 먼저 공유하겠다. 지금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 역시 뭔가 있겠지 하며 불안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내가 무엇을 어찌할 수 있겠는가!


일단 대표의 메일로 한시름 잠잠해지긴 했지만 팀에 벌써 두 명이 이직을 했다. 덩달아 엉덩이가 들썩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나에겐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언제 이 고민이 끝이 날까?

나의 선택일까 회사의 선택일까?

나이 마흔에 마주한 또 다른 불안감 앞에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헤쳐나갈지 밀려나갈지 모르는 불안 속에 있지만

언젠가 이 고민도 밀려나겠지?


아니면... 이제 시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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