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먹으면서 좋은 것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바로 건강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경험도 많아지고 여유도 생기지만
반대로 좋아지는 것보다 지켜야 할 게 더 많아진다.
이때는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건강 앞에선 씨알도 안 먹힌다.
물론 체질적으로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이란 녀석은 늘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 댄다.
내가 스트레칭을 시작한 건 햇수로 10년이 넘는다.
좁디좁은 노량진에 임용고시를 보기 위해 상경한 나는 공부를 마치고 늘 운동을 했다.
0.5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다리를 이리 찢고 저리 찢으며 스트레칭과 요가가 결합된 나만의 운동 루틴을 만들었다. 그때는 건강을 위해서 운동한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약 고시에 떨어져도 살찐 몸만 남아있다면 우울할 것 같았다.
고시에만 매달려도 합격할까 말까인데 돌이켜보면 왜 떨어졌는지 알 것도 같다. ^^;
비록 시험엔 떨어졌지만 운동하던 루틴만은 지켜냈다.
여행을 가든 그 어디를 가도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가볍게라도 운동을 해야 속이 편해졌다.
몸에 술도 받지 않아 술도 잘 못했다.
그렇게 꾸준한 운동과 취미 없는 음주는 내가 건강을 자부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보니 두려운 게 생겼다.
바로 매년 받는 건강검진.
매일 하던 운동 루틴도 취미 없는 음주도 나의 행동에는 분명 변화가 없었는데 매년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없던 것이 한 줄씩 늘어만 간다.
결혼을 하기 전 가슴 쪽 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한번 한 뒤로 초음파만 보면 왠지 모르게 두려웠다.
아이를 낳을 때도 제왕 절게를 했던 터라 이미 2번의 수술을 받았음에도 무언가 더 나올까 봐 두렵다.
그 두려움은 때 이른 걱정이 되고 며칠째 걱정이 깊어지면 이미 내 정신은 병원 베드에 누워있는 환자와 다름없었다.
' 내 몸에 이상이라도 있으면 우리 가족은 어떡하지?'
' 내 아이는 어떡하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다 보니 내게도 지켜야 할게 생겼다.
예전에는 어떤 문제가 생겨도 내가 책임지면 끝이었는데 이젠 내게 어떤 문제가 생겨도 단순한 끝은 없는 것이다.
요즈음 부쩍 세계수도에 빠진 아이가 묻는다.
" 엄마 내 수도가 어디게?"
" 글쎄, 우리 아들도 수도가 있어?"
" 응, 바로 엄마! "
아주 짧은 사이였지만 지극히 감성적인 나는 감동과 함께 눈물이 찔끔 났다.
이렇게 엄마를 자신의 중심이라 이야기하며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비는 아이 앞에서 나는 그저 이 모든 것을 잃을까 앞서 두려워만 하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었다.
잃어버리기 전에 열심히 지켜보자고...
그간 스트레칭에 불과했다면 조깅도 하고 줄넘기도 시작했다. 영양제도 먹다 안 먹다 반복했지만 꾸준히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견과류도 새로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지키고 싶은 게 생기니 막연히 두려워만 할게 아니라 실천하고 노력할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수도는 엄마지만
엄마의 나라는 아이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