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나의 정체성

당신의 '인생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by msg

저는 "첫인상과 나중에 친해지고 나서의 이미지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평생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몇몇 사람의 오해라고 생각했지만, 그 '괴리감' 때문에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멀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간극을 줄이고, 사람들이 나를 오해 없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빠르게,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까?


제가 내린 결론은, '자기 개방의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작정 나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관심을 가질 만한 나의 이야기를 '맛보기'로 먼저 건네는 것. 그리고 내가 나를 열어 보이는 만큼, 상대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주는 것. 그렇게 서로의 속도에 맞춰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대화의 기술 말입니다.


"모든 대화의 시작은, '나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와 깊이 알아가고 싶을 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당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깊이 공감한 영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가끔 영화를 보다 보면, 스크린 속 누군가와 내가 포개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인물인데도, 그의 대사 한마디, 눈빛 하나에 내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 마치 감독이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을 훔쳐보고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죠.

이 순간이 어쩌면 나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힌트일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그 캐릭터에게 공감했는지, 그리고 그에게서 나의 어떤 모습을 발견했는지 찾아가다 보면, '나'라는 캐릭터의 윤곽이 점차 선명해집니다. 그렇게 완성된 '나'라는 캐릭터의 스토리는,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는 가장 흥미로운 자기소개서가 되어주죠.

많은 분들이 제게 같은 질문을 되물어 주십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대답은 항상 같았습니다. 바로 <다크 나이트>의 '배트맨'입니다.


"왜 우리는 '완벽한 영웅'이 아닌 '어둠의 기사'에게 공감할까?"


이 대답을 들으면 "에이, 너무 멋있는 캐릭터잖아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배트맨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재력가이자,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고독한 영웅이죠. 심지어 잘생겼습니다. 이건 '사기캐'라는 말도 부족한 수준이죠.

하지만 솔직히 제가 진짜 공감하는 건, 멋진 배트슈트 안에서 길을 잃고 고뇌하는 '인간 브루스 웨인'의 모습입니다. 그는 완벽한 영웅이 아닙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자신이 지키려던 시민들에게조차 오해를 받습니다. 선한 목표를 위해 아등바등 열심히 살지만, 가끔은 그 열정이 과해서 '뻘짓'처럼 보이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죠. 어딘가 어두운 면에 갇혀 있으면서도, 그 누구보다 '밝은 곳'을 갈망하는 그의 모순적인 모습. 그 모습이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 또한 제 안의 어둡고 음침한 심해를 혼자 유영하며 사색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저를 침몰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단단한 동력이 되어줍니다. 배트맨이 고담의 어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박쥐가 되기를 선택했듯이 말이죠.


"가면 뒤에 숨겨진, '이해받고 싶은 욕망'"


하지만 제가 배트맨에게서 가장 마음 아프게 공감했던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관계에 대한 그의 서툰 모습입니다.

그는 본인의 정체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어쩌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수 있었던 연인 레이첼과 거리를 둡니다. 레이첼이 떠난 후에는 캣우먼 셀리나 카일에게도 끝내 마음을 열지 못하고 혼자 어둠에 갇혀, 결국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인 알프레도마저 외롭게 만들죠.

그의 모습을 보며 저는 아주 중요한 욕망을 봤습니다. 주변을 그렇게 외롭게 만들면서도, 속으로는 '이해받고 싶다'고 처절하게 외치는 모순적인 욕망. 한없이 외로운 삶을 각오한 배트맨마저도, 그 깊은 내면에는 이해받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고 기다려주길 바라지만, 사람들은 각 개인의 본질을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바쁘고 복잡한 존재들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간절한 '욕망'일 뿐, '현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다못해 나를 낳아준 부모마저도, 나를 사랑할지언정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성인이 되어 만나는 사람들이, 나의 복잡한 내면을 그저 알아서 헤아려주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일이죠.


"나를 이해시키는 용기, 상대를 이해하려는 존중"


결국 내가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상대에게 스스로 어필하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그 누구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알아봐 줄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제가 배트맨에게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입니다.

현실에서는 조금 부족한 나라도,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있어도, 먼저 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상대에게 보여줄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방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 욕망, 가치 등을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그 대화 속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존중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하고, 눈물짓게 하고, "아, 저건 내 모습인데"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했던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그 캐릭터 속에는 분명, 여러분이 동경하는 모습, 여러분이 숨기고 싶은 아픔, 그리고 여러분이 끝까지 지키고 싶은 신념이 담겨있을 겁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진짜 이야기의 시작점이죠.


여러분의 '인생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그리고 왜 그 인물에게 마음이 갔는지, 여러분의 가장 깊은 우주를 살짝 보여주세요.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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