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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 Mon Nov 21. 2021

Kitten Heels

12 Women. 12 Pairs of shoes. 12 Stories.

슈 프로젝트 아홉 번째 이야기.

Kitten Heels

어느 화창한 오후 나는 캔모어 (Canmore) 다운타운을 걷고 있었다. 잠시 멈춰서 여름이지만 눈 덮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면서 내가 이곳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생각했다. 나는 계속 길을 걸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서 오세요!" 점원이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편하게 둘러보시고 원하는 사이즈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세일 코너로 곧장 걸어갔는데, 왜 세일 품목은 항상  매장 뒤쪽 구석에 두는지, 왜냐하면 신상품들은 모두 매장 앞쪽과 쇼윈도에 과감하게 배치되어 있다. 아마 마케팅 전략이겠지.


세일 코너에 도착하기 전, 내 눈은 검은 바탕에 금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고 굽 뒤에 지퍼가 달린 2인치짜리 키튼 힐 (kitten heels) 한 켤레에 못 박혔다. (키튼 힐은 짧은 스틸레토를 지칭하는 말이다.) 나는 그 날렵한 자태에 감탄했고 그 구두는 가장 잘 보이는 선반에 우아하고 새침하게 앉아 있었다. 


점원은 내가 거기 서서 신발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한번 신어보시겠어요? 사이즈가 어떻게 되죠?" 나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아 서둘러 "괜찮아요. 고마워요."라고 대답하고 가게를 나섰다. 난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몇 걸음 미처 못 가서 욌던 길로 돌아서서 그 신발 가게로 다시 돌아갔다. 

"다시 오셨네요." 그녀는 내가 돌아올 것을 미리 알기도 한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이 신발 신어보고 싶은데 사이즈 8이 있나요?"라고 나는 물었다. 


점원이 갖다 준 그 구두를 신어봤는데 나에게 꼭 맞았다. 아니, 내 넓은 발에 좀 좁았을 것이다.

나는 그 키튼 힐을 신고 신발 가게를 돌아다녔다.  앉았다 일어났다 거울을 보고 다시 한 바퀴 돌아보고 거울 앞에 서고, 몇 번을 반복한 끝에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그 구두를 사기로. 

쇼핑백을 들고 가게에서 걸어 나오면서, 나는 신발을 사는 것은 인생의 많은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내가 결정해야 알 것들이 너무 많다.


2003년 8월, 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를 했다. 혼자 해외로 나가 일하는 것이다.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결정했는데, 갈까? 말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왔다 갔다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필리핀에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지만, 내 아이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줄 수 있다는 것만을 생각하며 그냥 2년 동안만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홍콩으로 건너와 일하면서 가족에게 약속한 2년은 4년이 되고 또 6년이 되었고, 8년 동안이나 가족을 볼 수가 없었다. 수많은 밤을 울며 집에 가고 싶었지만 항상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되돌아보면서 견뎌냈다.


어느 날, 홍콩을 떠나 캐나다로 간 친구로부터 좋은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캐나다로 이주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근무 조건과 페이를 떠나서 내가 가장 흥분한 것은 필리핀의 가족과 재회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캔모어에서 10년째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부부의 세 명의 아이들을 돌보았는데, 그들은 나를 가족의 일부로 받아주었다. 그리고 2015년 5월 25일, 저는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부쩍 자란  세 아들과 함께 캐나다로 돌아왔다. 나는 캐나다 도착 후에 너무 감격해서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내 가족이 여기 캐나다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밤낮으로 일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다시 베이비시터 일을 하기 위해 집으로 달려갔다. 내가 다시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막내아들 니코가  달려와서 물었다. "엄마, 어디 가세요?  방금 집에 도착했잖아요."  나는 오래 안 걸릴 거라고  몇 시간만 더 일하고 오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니코가 말했다. "엄마, 오늘 밤 얼마나 벌실 수 있어요?"  내가 50달러쯤 된다고 했더니, "100달러만 줄 테니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요?"라고 애원하였다.


하지만, 나는 가야만 했다. 일을 끝나고 밤 열두 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돌아오면서 나는 내 아들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캐나다로 가족을 데려왔던 이유가 뭐였지?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기로 원했던 것인데 나는 왜 일만 하고 있는 걸까?'


그때부터, 나는 가족을 위해 최대한 저녁 시간을 비워뒀다. 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키튼 힐을 샀던 기억이 났다.  사실은 내 발에 안 맞아서 한 번도 신고 나간 적은 없었지만... 어떤 결정을 하고 나면 인생이 조금은 불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정을 올바르다고 믿고 나는 계속 걸어갈 것이다.



이 스토리는 워크숍에 참가했던 친구들의 이야기를 허락을 받고 번역해서 올리는 글입니다.

간단한 글쓴이의 소개를 남깁니다.


작가 소개 Pinky Malibiran


핑키는 홍콩에서 8년을 보낸 후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찾아 2011년 캐나다에 도착했다. 2003년 해외에서 일하기 위해 그녀는 필리핀을 떠날 때, 남편과 어린 세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다. 마침내 2015년 5월에 가족들을 캐나다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녀는 그들이 재회하기 전까지 거의 12년 동안 해외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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