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많은 그를 부모님께 처음 보여드리던 날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by 동동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부모님이 식당 룸에 모습을 보이자 그가 벌떡 일어났다.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부모님을 힐끗 보았다.

엄마는 웃으며 들어왔지만 아빠는 무표정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OOO입니다.


오궁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준비한 꽃을 엄마에게 전달했다.


뭘 이런 걸 다. 호호호


그리고 예쁜 실크 원단으로 포장한 건강식품을 아빠에게 드렸지만 아빠는 고개를 돌리셨다.(식은땀;;)

오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옆에 있는 엄마에게 전달했다. 다행히 엄마는 그 선물을 받았다.


음식을 미리 주문했기에 부모님이 도착할 무렵 상이 다 차려져 있었다.


부모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오궁은 부모님과 만나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대화했다.(이것이 10살 많은 사람의 짬인가)

나는 아침에 크게 혼이 났고 주눅이 들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대화는 엄마가 주도했다.

들리는 건 오궁과 엄마의 대화뿐이었고 아빠는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오궁은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 나갔다.


엄마는


그래, 이야기는 들었는데 시험 공부하는 애랑 연애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좀 어른스럽게 기다려 줄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그러자 오궁은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죄송합니다.
저도 참고 싶었지만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데리고 가기 전에
제가 꼭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궁은 죄송하다고 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말씀드렸다.


엄마와 전날 목욕탕을 함께 갔는데


걔 민증 봤어? 나이 속였을 수도 있잖아.
해외에 본처가 있고 애가 둘씩 있는 게 아냐? 물어봤어?


농담인지 진담인지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나는 오궁에게 부모님을 뵐 때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여권, 신분증, 사원증 그리고 명함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


이야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오궁은 미리 준비한 각종 신분증과 사원증 그리고 명함을 내밀며


저를 증명하는 신분증이랑 사원증입니다.
혹시나 의심하실까 봐, 하하하


농담이었는데 이런 걸 다 준비하다니 호호호


엄마는 웃으면서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때부터 분위기는 꽤나 좋아졌다.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와중에 아빠는 여전히 한 말씀도 없으셨다. 아, 딱 한마디 하셨다.


자, 밥은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그런데 엄마와 나, 오궁은 동시에


입맛이 없어요...


사실은 우리 모두 긴장한 상황이었다.

정말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었다. 그러자 아빠도 숟가락을 내려놓으셨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엄마와 오궁만이 대화를 했다.

아빠는 계속 말씀이 없으셨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아빠가 어떤 표정으로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가 아는 아빠는 아마 오궁의 행동 하나, 말투 하나를 관찰하고 있었을 것이다.


30분쯤 지났을까.

아빠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딱 한마디였다.


자네, 꿈이 뭔가?


아빠가 이 질문을 하기까지 오궁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분석하고(전형적인 이과형)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들어보고 이 사람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할 터 였다. 평소 아빠는 믿으면 끝까지 믿어주고 믿지 않으면 칼 같이 끊어내는 사람이었다. 아빠는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좋은 사람이지만 무엇을 함에 있어서 확실하고 정확한 사람이었기에 이 한마디의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아빠의 평가가 결정될 것이었다.


10살 차이, 이혼가정, 해외 직장으로의 복귀....

그의 이런 부분과 내가 시험 공부하는 상황에서 '나를 꼬신' 그에 대해 마이너스 100점이라고 얘기했던 아빠였다. 그를 만나기 한 시간 전까지 극대노했고 처음으로 아빠가 '새 X'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들었다. 이 자리에 오는 것 자체도 원하지 않았지만 큰 딸의 간곡한 부탁으로 '그래, 한번 만나는 보겠다'하고 온 자리였다. 더군다나 남자 대 남자로써 아빠는 분명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빠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대답에 모든 것이 걸려있었다.


오궁은 아빠의 질문에 지체 없이 대답했다.


저의 꿈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아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뒤로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아빠의 속을 도통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생각한 걸까. 그가 한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궁금하면,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은 게 있다면 분명 더 물어보셨을 텐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웃지도 않으신다. 뭐지, 무슨 뜻이지 이 침묵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거지....?


아빠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처음보다 많이 좋아졌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나였지만 고개를 들어 힐끔 쳐다보기도 했다. 처음엔 '시험 전에 어른스럽게 좀 참아보지'라고 했던 엄마도


시험 다 칠 때까지 조금만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인연이라는 게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라며 웃으며 이야기 하셨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 아빠는 계산서를 들고나가려고 하셨지만 오궁은 이미 카드를 카운터에 맡겨놨었고


제가 미리 결제해두었습니다


아, 그랬나? 우리가 계산하려고 했는데


부모님과는 딱 한 시간 이야기했다.

웃으며 작별인사를 나누고 정확시 한시에 집으로 가셨다.



휴.... 끝났네


오빠는 어땠어?


처음에는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명함이랑 신분증 보여 드리고 부터
분위기가 좋아져서 다행이었어
네가 봤을 때 어땠어?


생각보다 좋았어.
그런데 아빠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얼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아빠 방금 집에 가셨으니까
돌아오시면 뭐라고 하시는지 듣고 바로 연락해 줘!


긴장이 풀리니 배가 고파졌고 한 숟가락도 들지 못하고 한 시간 동안 뻘쭘히 있던 식어버린 밥과 반찬을 폭풍 흡입했다. 그리고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디저트를 한 입 먹으려는 순간, 동생에게서 카톡이 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카톡을 열어 동생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너무 마음에 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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