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폭풍이 분다...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동생에게 그가 어떤 것 같냐고 물었다.
만약 동생이 이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하면 나는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가족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내가 오궁 바로 전에 만났던 사람에 대해서 좋지 않은 평가를 했던 동생이 오궁은 '좋은 사람'인 것 같다고 했다. 프로포즈를 받은 후 이게 맞나 싶었던 나의 고민들이 사이다를 마신 듯 확 내려가버렸다.
그래??
응, 이야기해보니까 대화도 잘되고 사람 괜찮네~
동생의 칭찬에 나는 신이 났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고 여러모로 안심이 되었다.
그와 헤어지고 집에 가는 길에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가 걱정하는 부분은 그다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걱정들을 동생도 알고 있었고 동생이 나름 사람 보는 눈이 있기에, 또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는 동생이라 더 믿음이 갔다. 나는 집에 도착해서 흥분된 마음으로 오궁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이 좋은 사람 같데!!
오~ 그래? 다행이다~
나는 그와 전화를 끊고 다시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생은 예전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며
그 인간들 보다는 100배 1,000배 낫더라.
겨우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을 뿐인데도 동생은 첫인상도 좋고 그에 대해 좋게 이야기해 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엄마, 아빠한테도 걱정 말고 보여드려~
동생과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 기쁜 마음에 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 이 시간이면 그가 자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이날만큼은 전화를 걸고 싶었다. 그와의 통화에서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연신 동생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그에게 이야기했다. 그도 기분 좋게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시험이 두 달 앞으로 남았다.
어느 주말, 나는 집에서 엄마와 함께 방청소를 하기로 했다.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고 내 방에 놓인 그가 선물해 준 꽃을 보더니
남자? 여자?
누가 줬는지 물었다.
남자...
그러더니 엄마가 아는 내 주변 남자인 친구들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한 번도 친구 이상으로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이들이었고 오궁의 존재를 엄마가 알리 없었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알게 된 사람이에요
옷장 정리를 하면서 이야기했다.
몇 살?
....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열... 살 많아요
순간 엄마가 고개를 휙 돌려 나를 쳐다보더니
미쳤다.
그 한마디를 던지고 옷장 정리를 하다 말고 내 방을 나가버렸다.
하아... 이럴 줄 알았다....
나조차 평소에 동갑내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엄마한테 이야기해왔건만 시험 공부하는 딸이 열 살 많은 남자에게서 꽃을 받았다는 게 눈치 빠른 엄마는 분명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것이다.
그날부터 집에 폭풍이 불었다.
이 사실은 아빠도 알게 되었고 난리가 났다. 공부하라고 용돈도 안 주고 휴대폰도 스마트폰도 안 쓰던 딸이 열 살 많은 사람과 뭔가가 있다는 사실에 부모님은 대노하셨다. 식탁에 앉아 나는 청문회를 당하는 느낌이었고 동생은 나를 보호해 주었다.
나도 만나봤는데 괜찮은 사람이에요
동생의 커버에도 부모님의 분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5년에 한 번 화를 낼까 말까 하는 아빠는 정말 크게 노하셔서 나는 고개를 들고 이야기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오궁은 나의 부모님을 만나기 전부터 미운털이 박히고 말았다. 나는 집에 들어갈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다. 믿었던 딸에게 실망한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다.
그에게 내 시험이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부모님을 가장 뵙고 싶어
라고 했었고 그러리라 약속했기에 나는 부모님께 조심스레 그와의 만남을 주선했지만
우리가 그놈이랑 왜 만나?!
라며 대노하셨다. 이래저래 설득 끝에
그래, 만나는 준다!
그런데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박차고 나갈 거다!
무서운 선전포고를 들어야만 했다.
그와의 약속대로 내 시험이 끝나는 바로 다음날 부모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부모님은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아 했기에 시내나 어디 좋은 식당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결국 동네의 식당에서 만나자고 했고 오궁은 동네의 비싼 곳은 아니지만 정갈한 한식당 룸을 예약했다. 그전부터 오궁은 꽃과 건강식품 선물세트를 준비했고 부모님 뵙는 날을 기다렸다.
12시에 부모님과 만나기로 하고 오궁은 11시에 미리 도착해서 앉아있겠다고 했다.
나도 그를 11시에 만나려고 했는데 당일 아침, 부모님은 또 한 번 대노하셨다.
나이도 10살이나 많은 놈이 애 공부하는데 그걸 못 참고 연애를 해?!
도대체 정신머리가 있는 놈이냐 없는 놈이냐?
그 X끼는 마이너스 100점부터 시작이야!
아빠에게 들었던 가장 심한 욕은 '나쁜 놈' 정도였는데 'X끼'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대노하셨다.
나는 아침부터 대성통곡 했다. 동생이 부모님을 진정시켰지만 소용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를 만나기 위해 준비했다. 그와 원래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을 늦게 도착했다. 그에게는 아침에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 또한 굉장히 긴장한 눈치였기에...
휴... 너무 긴장되네...
어릴 때 부터 오랫동안 상상해오던 순간을 드디어 맞이하는 날이야...
하하...
긴장된 웃음을 지었다.
창 밖으로 부모님의 차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엄마, 아빠 오셨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데 그는 오죽하랴.
혹여나 오궁 앞에서 부모님이 대노하실까봐 걱정이 컸다.
정확히 12시.
부모님이 식당 룸에 들어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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