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의구심
앞선 이야기
이 글은 브런치 1위를 했던 브런치북 '10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의 여자 주인공 '그녀'의 입장과 생각을 쓴 내용입니다. '그녀'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여 옮겨 썼습니다.
집안 문제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그의 말에 아빠는
자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나.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게나
라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아빠는 진심으로 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원했다.
그는 몇 번이고 나에게
결혼하고 나면 장인장모님께 내가 정말 잘할게
오궁은 이 일을 겪으면서 몇 번이나 눈물을 보였다. 정말 옆에서 보는 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 일로 우리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았다. 행복해야 될 결혼 준비에 이렇게 까지 힘들어야 되나 싶었다.
사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이 결혼이 맞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계획했던 나의 결혼은 취직을 하고 돈을 모아서 하려고 했고 그러는 동안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도 다니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결혼이 진행되는 것도 그렇고 이 사람과 결혼하는 것도 그렇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는 어느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나 나와 결혼하자며 몇 달을 쫓아다녔다.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 앞에 나타난 것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와 결혼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한결같은 진심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결혼하면 남은 평생을 이 사람과 함께 해야 되기 때문에 이렇게 결혼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했던 결혼인가 싶었다. 게다가 그는 속전속결로 나에게 프로포즈를 했고 결혼을 밀어붙였기에 정신없이 결혼 준비를 시작한 상황이라 이렇게 결혼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가정사로 인해 우리 가족이 힘드니 이런 생각은 더 커져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의 직장문제였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가는 하늘길이 막혀 그는 본사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고 본사에서도 그의 복귀 시기에 대해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그가 혼자 맡아서 일했던 업무가 잘되어 팀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에 본사에서는 그를 복귀시키려 했다. 만약에 그가 복귀한다고 하면 결혼식 후 두 달 뒤에는 해외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본사에서도 코로나가 그때쯤 더 심해질지 괜찮아질지 몰라 확답을 주지 못 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신혼집도 못 차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들은 결혼 준비 전에 신혼집 다 차리고 그 집에 같이 살다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지만 우리는 여전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다.
신혼집이 정해지지 않으니 혼수품도 구매하지 못했다.
결혼 전에 혼수품 구매하러 백화점이다 뭐다 보러 다니기 바쁜데 우리는 그의 집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직장에서 확정도 짓지 못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부모님은
너희 둘이 좋아하고 결혼하겠다는 마음 말고는 뭐 하나 정해진 게 없네...
사실 정말 그랬다.
우리 마음 말고는 정해진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오궁이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백방으로 노력해지만 상황들이 참 애매했다. 이런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서 결혼하는 것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임에도 내가 흔들리지 않았던 건 단 한 가지 이유였다.
그의 한결같은 마음.
항상 나를 위하고 나를 우선시 해주는 그의 행동으로 느껴지는 나에 대한 진심만큼은 믿을만했다. 나는 정말 그것 하나만 보고 그와의 결혼을 진행했다. 그는 항상 언행일치했고 본인이 말한 걸 지키려고 했다. 그는 결혼 전부터 나에게
결혼식 준비하기 시작하면 모든 경제권을 넘길게,
결혼하면 우리 집의 재무를 맡아줘요
그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공개하며 조금씩 나에게 경제권을 넘기기 시작했다.
현금을 이체하고 신용카드를 주며 결혼식에 필요한 비용을 쓰라며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던 나에게 원하는 것을 다해도 좋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관심한 건 아니었다. 항상 나와 함께 알아보러 다녔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고 내가 고민하는 건 그가 결정지어줬다. 부모님도 결혼 비용을 챙겨 주셨다. 사실 내가 벌고 모은 돈으로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부모님께 죄송스러웠다.
우리는 혼인신고를 먼저 하게 되었다.
그는 혼인 신고를 한 기념으로 선물을 사주겠다며 나를 백화점에 데리고 갔다. 예전에 그가 나에게 어떤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명품에는 그다지 관심 없었지만 좋아하는 가방이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그는 그걸 기억하고 나를 데리고 명품 매장으로 갔다.
5년 메고 다닌 만 3천 원짜리 가방,
이제 바꿀 때도 됐어요
나는 사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는 만 3천 원짜리 가방이 해져 실밥까지 튀어나와 있는 걸 항상 안타까워했단다. 사실 그도 굉장히 아껴 쓰는 사람이고 명품 매장에서 뭔가를 구매하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식을 딱 한 달 앞둔 상황, 정말 상상치도 못 한 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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