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돌아오다
이전 이야기
신규 브랜드를 시작할 당시 나는 두 가지 카테고리를 홀로 맡고 있었다.
그전 브랜드에서는 A 카테고리만 맡고 있었는데 신규 브랜드를 런칭하다 보니 인원이 없엇 B 카테고리까지 해서 두 가지 카테고리를 내가 모두 겸임을 하게 되었다. 혼자 맡고 있으니 꽤나 벅찼고 B 카테고리는 잘 모르는 분야다 보니 배워가면서 하느라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본사의 직원 수도 100명이 가까이 되었음에도 내가 맡고 있는 카테고리는 인원을 충원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에서 A 카테고리의 R&D 센터를 개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출장으로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나도 지금까지 나름 괜찮은 사무실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센터의 환경이 너무나 좋아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부러울 정도였다.
R&D센터가 개소하고 약 3개월이 지났을 무렵 대표님이 나를 불렀다.
R&D센터에 6개월간 파견 갔다 와라.
그곳에서는 A 카테고리를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곳이었고 기획, 디자인, 개발, 생산, 연구 등이 모두 가능한 곳이었기에 그곳의 직원들과 직접 일을 하면 배울 것이 정말 많았다. 더군다나 한국인인 내가 파견을 간다면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 그곳에서 담당자들과 다이렉트로 소통이 가능했고 중국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기도 좋았다. 한국 출장 때 내가 한국 측에 중국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여 개발된 제품이 대박났었기에 나 또한 이 기간 동안 중국에서 판매가 될만한 제품들을 많이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6개월간 파견을 가는 대신 나는 드디어 B카테고리를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브랜드 런칭 후 약 3년 만의 일이었다. (그동안 너무 빡쎘다 ㅠㅠ)
대표님이 파견을 다녀오라는 지시가 있은 후 약 한 달 뒤 한국으로 파견가게 되었다.
신규 브랜드를 런칭한 지 3년, 중국 대기업에 입사한 지 약 8년 만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을 떠나 중국에 취업했을 때만 해도 20대 후반이었던 나는 30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6개월간의 파견기간이다 보니 나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아니었다. 시 외곽에 회사가 있었고 근처 오피스텔에 살던 나는, 평일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지인들을 만나거나 홀로 차를 타고 신나게 여행을 다녔다. 정말 해남 땅끝마을부터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까지 다양한 지역으로 여행을 참 많이도 다녔다.(시간은 겨우 6개월 뿐이니까)
한국에서의 업무도 원활했다.
내가 현지에 파견 중이니 서로 업무 속도와 의사소통이 빨랐다. 예전에는 이메일로 업무내용을 주고받으며 며칠 걸릴 일을 한국에서 그들과 함께 일할 땐 5분 안에 해결했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대부분이 내가 결정해서 처리하면 될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더 속전속결로 일처리가 되었고 나는 중국 시장에 필요한 제품 혹은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또 그들과 가끔 술도 한잔하면서 형님, 동생 하며 잘 지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일해보는지라 모든 게 낯설었지만(전문용어를 중국어로 배웠다 보니 한국에 와서 배워야 할 것들도 많았다) 너무나 즐겁게 일했다.
그렇게 4개월쯤 지났을 무렵 한국의 기획팀 팀장님과 생산팀 팀장님이 나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동동몬님 이제 곧 중국으로 돌아가야 되죠?
네, 이제 두 달 정도 더 남았네요
동동몬님 계시니까 소통도 잘되고 업무적으로 신속하게 처리되는 일이 많아서
너무 좋은데, 혹시 한국에 더 머무실 생각 없으신가요?
저야 좋지만 아무래도 본사의 컨펌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럼 저희가 요청드려보겠습니다.
한국 생활에 꽤나 만족하고 있던 나였는데 두 팀장님이 내가 좀 더 머물러 주었으면 하셨다.
나 또한 가족,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 더 머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요청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 무렵 중국 본사에서 이사님이 상무로 진급했다.
상무님이 한국에 출장을 오셨고 업무를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찰나 한국의 두 팀장님이 상무님께 미팅을 요청했다.
상무님, 동동몬님이 한국에 주재하고 있으니
업무적으로 서로 많은 도움이 되는데 좀 더 머물면 어떨까요?
그래요? 일단 내부적으로 소통해 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상무님은 중국으로 복귀했고 두 팀장님의 요청을 대표님께 보고를 드렸다.
대표님은 꽤나 흐뭇해하셨고 6개월 더 연장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그렇게 나의 파견기간은 총 1년이 되었고 나는 중국에 맞는 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중국 본사의 내 카테고리는 더 큰 매출을 올렸다.
운명의 장난인 걸까?
나의 파견 기간종료 약 1달 전,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다.
다음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