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이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

부모님의 이혼이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 - Part.03

by 동동몬

그 전 이야기


이런 상황은 장인어른 귀에도 들어갔다.


장인어른 또한 아버지이기에 아버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셨다. 장인어른은 정말 좋은 분이셨기에 조언도 많이 해주셨고 몇 번이고 찾아가 설득해보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정말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장인어른의 말씀을 거역하고 싶지 않았다. 장인어른은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은 모르셨을 터. 아버지 성격상 물러설 사람도 아니었기에 둘 중에 한 사람이 굽히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을 문제였다.


나는 정말 싫었음에도 장인어른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몇 번이고 찾아갔다.


아버지의 냉랭한 태도와 강압적인 말투,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여전했고 나는 답답한 마음에 지쳐가고 있었다.(스트레스에 탈모 증상까지 나타났다) 아버지는 이런 상황을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닌 듯하다. 거의 20년 전에 한번 뵀던 분이 연락이 와서 만나자고 했고 몇 시간 뒤 나의 회사 앞에 찾아와 나를 설득했다.


그분은 아버지의 입장만 들었을 터, 나의 입장도 이야기하니 본인이 지금까지 들었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과장하고 확대하고 없던 말을 지어내기도 하는 걸 알았기에 나의 생각과 상황을 분명히 이야기했다. 결론은 그래도 자식인 네가 다시 아버지를 설득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설득이 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버지의 형제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가 아버지에게 본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아들이 뭐라고 하는지 좀 들어보라고 했다며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보라고 나를 설득했다. 그들은 아버지의 성격이 어떤지 알기에 나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라고 했을 것이다. 지금은 태도가 조금 달라져 있을 테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다시 아버지와의 약속을 잡았다.


그날은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갔다.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았다.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버지는 예비 며느리가 보고 싶다고 했고 그 길로 그녀를 만나러 같이 갔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상견례 약속을 잡았다. 장인 장모님은 어머니와는 이미 한차례 만났고, 아버지는 재혼한 분과 함께 장인, 장모님을 만났다. 두 분은 나의 가정사로 불편한 자리를 두 번이나 하신 것이다. 죄송하고도 감사했다.


아버지는 상견례 이후 장인어른을 따로 또 만났다.


장인어른에게 나를 설득해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외가 식구들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했다. 장인어른이 아버지와 나눈 모든 이야기는 나의 귀에 들어왔다. 여러 일들이 과장되고 확대되고 없었던 일도, 그렇지 않은 일도 들렸다. 어쩌면 너무 많은 이야기가 오가서 나에게 전달될 때 달리 전달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장인어른이 될 분에게 우리 집안의 안 좋은 이야기를 한다는 건 도리도 아니고 나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었다.


장인어른에게 나를 설득해달라는 건 어머니를 오지 않게 설득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인어른이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는가? 상대방 집안 문제를 왜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 장인어른이 나서서 해결해야 된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연히 장인어른은 나에게 어머니를 오지 않게 하라고 얘기하지 않으셨다. 그저 자네가 부모님 두 분 다 오길 원하니 잘 설득해보라고만 하셨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장인어른이 나를 설득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고 내가 전혀 그럴 의지가 없으니 계속 장인어른에게 따로 만나자고 했고 이제는 나의 험담까지 하기 시작했다. 예비 장인어른에게 아버지가 자기 자식의 욕을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버지가 장인어른을 따로 불러 내는 바람에 처가 식구들이 고통받기 시작했다.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고 할 필요 없는 일을 해야 했으며 이 행복해야 될 결혼식에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이혼가정과 결혼하는 것은 역시 이런 문제가 생기는구나. 등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나조차도 아버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고 나를 정말 힘들게 했다. 어떻게 자식 험담을 예비 장인어른에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장인어른의 스트레스는 장모님, 처제 그리고 그녀에게 까지 이어졌고 그녀마저도 중간에서 난감한 상황이 되어 우리 사이까지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조차 만약에 우리가 그녀와 그녀의 가족 입장이었다면 이 결혼은 절대 안 시켰을 거라고 말할 정도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나는 이 결혼이 너무나 간절했다. '이 사람이다'라고 느낀 그녀와 정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솔직히 결혼식을 안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인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을 나의 가정사 때문에 포기하라고 할 수 없었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아버지로부터 발생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못 오게 하려는 것 때문에 모든 이들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아버지 중심으로 돌아가야 되며 집안의 큰 잔치인데 재혼한 마당에 이혼한 너의 엄마가 오는 게 말이 되느냐 이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재혼한 상황에서 나의 어머니가 결혼식장에 있을 때 아버지가 곤란한 상황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하는 당사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지인보다 어머니가 중요했다. 뿌려놓은 돈을 거둬야 한다? 그 돈이 나에게 어머니보다 중요한가? 나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 결혼식 사진을 볼 때마다 혼주석에 어머니가 앉아있지 않고, 그 가족사진에 어머니가 없다면 나는 영원히 결혼식 사진을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평생 후회할 선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결혼식에 그들은 부모로서 오는 것이지 부부로써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선택한 결혼이었고 그들이 선택한 이혼이었다. 이혼을 했기에 서로 보고 싶지 않겠지만 부모로서 역할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혼을 했든 안 했든 어머니가 나를 키웠고 어머니와 나의 관계는 돈독했으며 어머니가 살아계셨기에 이 결혼식에 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자식을 위해 딱 하루, 아니 결혼식 딱 한 시간만 참아주면 되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사시는 그분과도 몇 번을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분도 재혼이었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녀가 있으셨기에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셨고 너의 의견에 따르겠노라라고 하셨다. 아버지만 설득하면 됐지만 아버지는 되려 나를 설득하여 어머니를 못 오게 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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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이혼이 자식의 결혼에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친다.


나에게,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에게 이렇게 큰 고통을 줘야 하다니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어머니는 나에게 미안해했고 자신이 결혼식에 오지 않겠다고 했다. 어머니는 평생을 희생하고 사셨다. 또 희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자식인 내가 지켜주고 싶었다. 나에 대한 지분은 아버지 50%, 어머니 50%이다. 나에게 부모님은 공평하고 동등한 존재다. 만약 어머니가 아버지를 못 오게 하겠다고 했다면 똑같이 어머니에게 맞섰을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은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결정한 것이다.


두 분의 이혼에 대해서 원망하지 않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였다. 그런데 왜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혼이라는 중대사 앞에 그들의 이혼으로 인해 이렇게 까지 잡음을 만들어야 하고 많은 이들을 고통받게 해야 하는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 힘든 과정을 다 받아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그녀와 처가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은 그 힘든 시기에도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나를 믿어주자며 서로를 설득하셨다. 나는 그녀를 통해 다 듣고 있었기에 너무나 감사했고 이 결혼이 성사되면 꼭 그녀를 평생 행복하게 해 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나는 결론 지어야 했다.


장인어른이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밤, 나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장인, 장모님께 이제 참지 않고 아버지와 이야기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고 또 나를 찍어 누르는 말투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여러 내용의 대화가 오갔고 분위기는 과열되었으며 나도 참지 않고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언성을 높여 이야기했다. 나에게 선을 넘었다며 자신은 절대 선을 넘지 않았다는 말에 나는 화가 끝까지 나 이야기했다.


예비 장인어른에게 자식 욕 하는 게 선을 안 넘은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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