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프롤로그
10년이 넘는 동안의 중국의 패션회사에서 회사생활을 했다.
패션, 아마 대한민국의 패션은 전 세계 톱클래스가 아닐까 싶다.
예전엔 서방국가나 일본의 패션을 우러러보기도 했기만 지금은 K-패션, K-뷰티 등으로 전 세계가 한국을 우러러보는 중이다.
패션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또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어쩌면 조금은 객관적으로 한국사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사회적 문제, 개선되어야 될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한국은 유행에 민감하다.
13억의 인구가 있는 중국은 어떤 것이 유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때가 있다. 워낙 많은 취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5천만 인구의 대한민국은 너무나 명확한 유행이 있다.
어떤 브랜드, 혹은 어떤 디자인이 유행하면 너도 나도 그 상품, 혹은 그 브랜드를 구매한다. 길거리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 민망한(?) 경험도 하게 되지만 그 시기에는 하나 같이 그 상품이나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
언젠가 이런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유행을 따르는 것인가? 자신의 개성을 돋보이게 입기보단 브랜드도 상품도 뭔가 획일화 되게 입는다. 롱 다운이 유행할 때는 겨울이면 모두 검은색 긴 롱 다운을 입고 걸어 다녔다. 뒤에서 보면 다 똑같이 생겼다. 여름이 되면 모두들 래쉬가드를 입는다.
따뜻해서? 편해서?
정말 그럴까? 유행이 지나고 나면 그 디자인을 입는 사람은 촌스러운 사람이 되는데 그것을 따뜻하다는 이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행이 금방 오는 만큼 갈 때도 금방 가버린다.
'한국인들의 냄비근성'이라는 말은 참 듣기 싫지만 패션업계에서 보았을 때는 분명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한때 유행하던 브랜드가 한 번에 유행 지난 브랜드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몇 번이나 보았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브랜드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아이덴티티.
어떤 디자인이 유행을 하건 말건 그 브랜드는 항상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했다.
'나 자신', 아이덴티티는 결국 나만의 정체성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브랜드들을 잘 생각해보라. 그들은 한결같은 것이 있다.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는 하지만 아이덴티티는 변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애플이다. 애플은 한때 마이크로 소프트에게 밀려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아이폰으로 되살아났다. 그런데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제품만 변했을 뿐이다. 본질이 변하지 않았다.
브랜드든 개인이든 나만의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
다양성.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여 사용한다. 저 사람은 나와 생각이 틀려. 수학도 아닌데 '틀리다'라고 표현한다. 도대체 왜? 그렇다면 저 사람과 나와 생김새가 다른 것도 틀린 것인가? 나와 타인이 외모가 '틀리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가? 생각이 '다른' 것인데 '틀린' 것으로 표현하고 또 그렇게 생각한다.
생각의 다름을 잘 인정하지 못한다.
중학생 때 빨간색 나이키 신발을 선물 받아 신고 다녔는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쑤근거렸는지 뒤통수가 아플 정도였다. 빨간색 신발을 신은 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법을 어긴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들처럼 평범하게 흰색, 검은색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렇게나 쑤근 거렸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의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각자의 입장과 생각이 다르다 보니 다른 의견이 오가는 것인데 답답하다느니 융통성이 없다느니 하며 험담을 한다. 그건 아마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서로의 생각이 다를 뿐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 함으로 해서 발생하는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만약 우리가 조금만 더 인식을 바꿔 다양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