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를 강요받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이전 이야기
#1 다름과 틀림을 혼동하지 말자구요
우리가 자라온 삶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한국 전쟁을 치르고 난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들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뒤 어쩌면 삶의 방식에 대한 루틴이 생겨버렸다.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산 베이비붐 세대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내 집과 차를 가질 수 있었기에 그들은 그저 회사에 충성하며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나보다는 가족이 우선이기에 내 몸이 망가지더라도 회사에서 잘리기 않기 위해 온갖 수모를 당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참으며 살아왔다.
현재, 사회에서 가장 활발히 일 하고 있을 청년세대인 80~90년대 생, 즉 MZ세대들을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
폐허가 되었던 나라가 도시화를 이루면서 아파트가 보급되고 교육이 발달하고 한 끼 먹는 것 걱정 없는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나이가 되면 유치원에 보내지고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까지. 모든 나이에 맞는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마치 원래 그렇게 해야 되는 것 마냥 모든 이들이 비슷하게 자라왔다.
이들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에서 살며 집 근처의 초등학교를 나왔다.
주택은 집으로 들어가는 길부터 대문과 집 구조 등이 모두 다 다르고 다양하지만 아파트는 대부분 집 구조가 비슷하다. 집까지는 엘레베이터가 데려다 준다. MZ세대들은 사는 환경부터가 다양성이 없고 획일화된 공간에서 자라온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마당 있는 집에 들판과 풀숲을 뛰어다니며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MZ세대들은 나가 놀기보다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 압박에 시달리며 아침에 일어나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학교를 가고, 학교를 마치면 다시 차를 타고 학원을 가고, 학원을 마치면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가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날들을 매일 반복하며 살아간다.
필자가 초등학생 땐 학원을 다니는 친구 안 다니는 친구들도 있어 학교를 마치고 문방구 앞에서 같이 오락도 하고 딱지치기도 하였고 주말엔 축구와 야구 등 운동도 하러 다녔다. 또 계절마다 물총 싸움, 곤충 잡기, BB탄 총 싸움 등 야외에서 주로 뛰어놀았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PC방이 생겼고 친구들과의 만남은 야외가 아닌 PC방으로 변해버렸다. 그때부터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기 보단 PC방에 가 게임을 주로 하게 되었다. 넓고 다양한 자연환경에서 혹은 흙을 뭍히며 뛰어다니기 보기보단 학교의 교실에서 처럼 작은 공간 안 의자에 앉아 정면을 바라보고 있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교복을 입어야 한다.
머리스타일도 통일해야 하고 학교에서는 주는 급식으로 전교생이 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다. 도시락을 싸 다닐때는 점심시간이 되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앉아 친구들과 각자의 집에서 싸온 다양한 반찬들을 나눠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급식을 하게 된 이후로는 모두 같은 음식을 먹기에 그런 재미도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학교도 군대처럼 모두 같은 모습으로 획일화되어 있다.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건 가방과 신발 정도뿐이다. 그러다 보니 패션회사에서는 '신학기 제품'이라는 이 특수한 시즌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그러나 이 가방과 신발마저도 특정 브랜드와 특정 디자인과 색을 선호하며 비슷비슷한 모습들을 하고 있다.
교육방식 또한 일방적으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는 주입식이다.
학생들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손 들어 질문하지 않는다. 내가 질문했다가 그 질문이 혹여라도 엉뚱한 질문일 까 봐 할 수가 없다. 또 같은 반 친구들의 눈치도 보인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려고 하면 학생들은 '제발 나에게 하지 않기를' 하며 친구 뒤에 숨는다. 혹여나 내가 한 대답이 틀릴까 봐서이다. 모르는 걸 배우는 과정인데 틀릴까 봐 걱정이 먼저 앞선다. 친구들에게 창피당하고 싶지 않다.
사지선다형 시험지를 받고 그중 맞는 것이나 틀린 것을 선택한다.
모르면 아무 번호나 찍으면 된다. 확률은 25%니 운이 좋으면 정답일 수도 있다. 그렇게 전과목을 시험 치고 나면 등수대로 줄을 세운다. 성적이 좋으면 우수한 학생이고 성적이 나쁘면 공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마치 패배자가 된 느낌이다. 그렇게 전국적으로 같은 문제의 시험을 치르는 수능 후 성적에 따라 대학에 지원한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로 가고 그 외에 친구들은 지방의 대학에 다니게 된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면 '지잡대'라며 무시당한다.
남자들은 군대에 간다.
몇 년을 폐쇄적인 군대라는 사회에서 남자들끼리 생활하다 나온다. 안 그래도 나이에 따라 존댓말, 반말을 하는 문화에,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까지 갔다 오니 위아래가 더 명확해진다. 반말했다고 싸움도 많이 난다.
학교와 군대.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머리스타일을 하며 같은 음식을 배식받는 생활을 한다. 꽤나 일방적인 곳이기에 그곳에서 나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기는 어렵고 나의 생각대로 행동하면 튀는 존재가 된다. 공부는 못하지만 예체능에 뛰어나도 소용없다. 랩을 잘한다거나 춤을 잘 추는 건 학교에서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다.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가야 그나마 도움이 되고 공부를 잘해야만 인정받는다. 군대에서는 랩을 잘하거나 춤을 잘 추면 선임들이 장기자랑을 시키기에 조용히 있는다. 군대에서는 그저 시키는 일만 잘하면 윗사람 말에 잘 따르면 인정받는다.
이렇게 우리는 한창 많은 것을 받아들여야 될 나이에 획일화를 배운다.
단체 생활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게 교육받기에 다름을 인정할 수 없도록 배워온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배워왔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기가 힘들다. 결국 우리는 어릴 때부터 획일화에 익숙해져 있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받아들인 획일화는 회사 생활에도 스며들어가 있다.
상명하복 이어야 하고 가정보다는 회사가 먼저여야만 한다. 휴가라도 내려면 윗사람 눈치를 그렇게나 봐야 한다. 물론 회사의 상황에 따라 조율해야 하지만 회사에서 나에게 주는 정당한 권리임에도 항상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다. 여성들은 출산도 회사의 눈치를 보며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현상이다.
이렇게 획일화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사회에 진출하여 회사 생활을 했던 그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는 그 아이들에게 어떻게 교육하게 될까? 어쩌면 대한민국 사회가 더 각박해져 간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아파트에 살았음에도 옆집과 음식을 나눠먹고 서로 왕래도 많고 어머니들끼리는 서로의 집에 놀러 가서 커피도 마시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른다. 오히려 심한 층간 소음으로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정'이라는 문화가 있다.
외국인들은 이런 한국의 문화에 빠져 한국을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도 뉴스를 보면 이런 따스한 정은 살아있다 싶어 대한민국은 여전히 '정'이 있음을 느낀다.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땐 다 같이 못 살았기에 서로 없는 살림에도 쌀을 나눠먹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웃집 대문이 활짝 열려있고 이웃끼리 교류할 기회가 많았지만 갈수록 이웃과 교류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고독사는 이런 교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없을 일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다음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