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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남자의 입장을 들어봅시다

집을 살 수나 있을까요?

by 동동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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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대 후반엔 취업하기 바빠요. 물론 이때는 연애도 하는 중이지만 여자 친구가 먼저 취업을 하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요. 안 그래도 조급한 마음이 더 조급해지더라고요. 그러다 조금씩 서로 다른 생활 패턴으로 인해 섭섭한 마음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균열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이별을 통보해왔어요.


저도 열심히 취업준비를 하다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어요.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생겼는데 다시 군대에 온 것만 같더라고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윗사람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눈치를 봐가며 살아남아야 하죠. 센스도 있어야 해요. 욕먹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야근도 마다하지 않죠. 취직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여전히 취직 못한 친구들이 많은 것에 비해선 나는 행복하다고 매일매일 세뇌시켜요.


매일 아침 6시쯤 기상해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집을 찾아보았는데 워낙 비싸서 밀려나다 보니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네요. 아침마다 출퇴근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면 지쳐 쓰러져 자기 바빠요. 한 번은 신발장 앞에서 쭈그리고 잔 적도 있어요. 허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부모님과 살 때는 아침을 꼭 챙겨 먹었는데 혼자 사니 챙겨 먹기도 힘들도 매번 사 먹는 것도 지겨워요. 그러다 보니 아침식사는 건너뛰게 되고 점심과 저녁에 많이 먹게 되네요. 특히 저녁엔 그날의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경우나 회식을 하는 경우가 많아 살이 찌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 건강검진을 했는데 20대 때는 없던 건강상의 문제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네요.

모든 게 예전 같지가 않아요.



서른 중반이 되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참 쉽지가 않네요.

연애 안 한지도 오래됐고 주변에선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하는데 처음 만난 사람과 무슨 말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만나려고 하니 자꾸 그 사람의 조건을 따지게 되네요. 이런 직업이었으면 좋겠고 집안도 좋았으면 좋겠고. 그런데 문제는 저도 대단히 갖추고 있는 게 없네요. 남자는 결혼할 때 집을 해가야 된다던데 집값이 몇십억인데 도통 살 수가 없어요. 이 돈 모으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00년은 모아야 하거든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 해도 집 살 능력도 없으니 결혼을 할 수나 있을까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날 좋다고 해도 그녀의 부모님이 집을 해오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어렵겠죠..?


다른 사람들은 코인으로 주식으로 돈 엄청 벌었다던데 저는 왜 오히려 잃고 있는 걸까요.

저축만 하려니 물가상승률이 너무 심해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 같고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하락장이라 이것도 저것도 참 애매하네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보면 퍼스널 브랜딩이다 1인 기업가다 하면서 다들 퇴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데 저는 아직도 월급의 노예가 되어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월요병에 걸려 살고 있어요.


이렇게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살다가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 하고 늙어만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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