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개팅에 가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팁을 좀 드릴게요

by 동동몬


이전 이야기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긴다.


남자는 서른 초반에는 여유가 있지만 서른 중반에는 슬슬 이제 나도 결혼을 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고 서른 후반에 가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다. 여자 입장에서는 30대 초반에 결혼하는 친구 수가 확 늘어나고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면 나도 좋은 사람 만나야 되는데 하며 마음이 급해진다.


주변에 지인들이 조금씩 자기 짝을 찾아가게 되고 주변의 이성도 대부분 연애 중이거나 결혼 준비 중이다. 자주 마주치는 직장동료나 업체 사람과 연애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보니 결국은 지인을 통한 소개팅 말고는 새로운 이성을 만날 방법이 없다.


자만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의 줄인 뜻이다. 그러나 30대 중반이 되면 이 자만추가 너무나도 어렵다. 자만추 하겠다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어디 가서 자만추 하실 거예요?


동호회, 모임이라고들 하지만 거기 가면 당장 연애할 수 있는가?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사실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결국 가장 빨리, 높은 확률(목적이 연애이므로)로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다.


소개팅.


자만추였던 사람도 서른 중반이 되면 소개팅을 할 수밖에 없다.

20대의 소개팅은 사실 마음 자체가 편하다. 대학생이기에 그 사람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정도만 알고 만나서 그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정도만 보고 연애가 성사되는 경우가 많지만 30대가 되면 본인 스스로도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고 또 눈높이가 높아져 상대방에 대해 생각하는 조건들이 생기게 된다.


30대 중반이 되면 이건 진짜 결혼을 위한 소개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까다로워진다.

이 사람과 사귀는 순간 안 그래도 새로운 사람 만나기 힘들고 다른 만남 할 여유도 없는데 이 사람과 결혼까지 가야 된다는 압박감이 생기기에 신중하다. 이 사람과 만나면 다른 사람과의 만날 기회는 어쩌면 없어지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남자도 여자도 둘 다 신중하다.


silhouette-3696049__480.jpg


사람의 성격마다 다르겠지만 소개팅은 참으로 어색한 시간이기도 하다.

어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첫 만남인 듯한 남녀가 옆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남자 입장에선 나름 분위기 좋은 곳을 고르고 음식도 스테이크와 여러 맛있는 음식을 주문했지만 두 사람 다 그 어색한 공기와 어떤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어버버 하면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있는 걸 보니 안타깝기까지 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정서상 처음부터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처음 만난 사람에겐 존댓말을 하며 어색하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소개팅을 하고는 싶지만 그런 어색함이 싫어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연애는 하고 싶고 나아가 결혼에 골인하고 싶다.

참으로 어색한 소개팅이다. 사실 소개팅 자리는 둘 다 어색할 수밖에 없고 서로 조심스럽기에 한쪽에서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깨 주면 참 좋다.


그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면?


오늘 보고 안 볼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의 없고 무례하게 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잘 보여야 되고 혹은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이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러워하는 것들을 걷어내면 된다. 그렇게 대했을 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안 만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내가 아닌 내 모습은 얼마 못 간다. 연애하면서 결국 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부터 다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상대를 편하게 대하면서 서로가 익숙해지면 상대는 원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실 상대도 내가 어색한 건 마찬가지기에 내가 편하게 대했을 때 상대도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사실 30대 중반 정도 되면 첫 만남에서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느낌이 온다.

소개팅에서 만난 사람과는 3번 만나고 Go or stop을 결정해야 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처음엔 그 말을 이해 못 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소개팅 후 세 번 이상 만나도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과 나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세 번의 만남 동안 그 사람과 가까워져서 연애로 이어지거나 아니면 다시는 안 볼 사람이 되는 건데 짧은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조금 편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상대가 편하다고 느끼는 순간 두 사람의 대화는 재밌는 대화가 되고 좀 더 같이 있고 싶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진다.


어떤 단체에 가면 그 단체의 분위기가 있다.

서로 굉장히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는 반면 서로 환영해주고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처음 간 사람도 그 분위기에 적응하게 따라 자신의 행동도 달라진다. 소개팅의 분위기는 두 사람밖에 없기 때문에 그 두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한쪽에서 리드하게 될 것이기에 그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이냐는 소개팅에 나온 당사자들에 의해 정해진다.


서양인들은 보면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참 이야기를 잘한다.

잘 웃어주고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매너 있게 하니 처음 만난 사람을 어려워하는 동양인인 우리도 편하게 대하게 된다. 그것과 똑같은 논리다.



다음이야기


keyword
이전 05화30대 남자의 입장을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