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과거)

by 프렌치힐

실험을 재개한 지 1년이 지났다.


액시온으로 인한 사고가 언제 있었냐는 듯 왓슨 박사의 실험실은 분주하고 활기가 넘쳤다.


사람을 융화시키는 힘이 있는 왓슨 박사의 친화력 덕택에 어수선했던 실험실 분위기를 원상복귀 시킬 수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자신이 우주 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핫산은 열심히 실험에 참여하였다.


그는 우주 끈을 물리화 시키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실제로 그 역시도 우주 끈을 처음 접해 보았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 생각보다 우주 끈은 그리 위험하지 않은 물질이었다.


왓슨의 연구소에서 우주 끈을 소장한 지 오래였지만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은 액시온 사고 이후였다.


워낙에 소량을 소지하고 있었을뿐더러 왓슨 박사 역시 쉽게 연구를 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환이 바벨의 후예에 들어오고 나서 그는 왓슨에게 있어서 그동안 정체되었던 연구에 대한 열정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다른 헤드마스터 박사들도 요환의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생명공학이 주 전공인 바이트만 박사는 바이트만 박사는 블랙홀에 인간이 들어가게 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성에 관한 도움을 주었다.


인간의 몸으로 어느 정도의 중력을 버틸 수 있고 또 버틴다고 해도 내상을 입지 않고 견딜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하였다.


요환이 블랙홀에 들어갔을 때 아무런 사고 없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인체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도 병행하였다.


다소 의외인 점은 항상 자신의 연구소에서 나오기를 꺼려했던 워커 박사가 자주 왓슨의 연구소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었다.


처음 요환을 보았을 때부터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왔던 워커 박사는 그의 연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왓슨조차도 워커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지만 다만 그가 탁월한 실력의 과학자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선대 바벨의 후예 과학자들이 그의 천재성을 보고 데려왔다고는 했지만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었다.


특히나 그의 과학자로서의 실력은 왓슨 역시 궁금하던 차였지만, 워커 자체가 먼저 다가오지 않는 이상 쉽게 범접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 워커 박사가 자신 스스로 요환의 연구를 돕겠다고 발 벗고 나선 것이었다.


왓슨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워커의 반응이 의외였지만 기뻤다.


요환이 바벨의 후예에 들어옴으로써 불미스러운 사고와 사건들이 있었지만 모든 헤드마스터 박사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가 있었다.


처음에는 요환의 연구로 인해 핫산 박사가 자신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못마땅했었다.


자신의 딸 캐서린 역시 핫산의 태도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기에 그 역시도 경계심을 가졌지만, 실험이 재개된 이후 열심히 연구에 임하는 핫산의 태도를 보니 자신의 걱정이 괜한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그를 조금이나마 의심했던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워커의 과학자로서의 실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요환 역시 워커의 실력에 감탄했다.


왓슨은 어림짐작하여 그가 로봇이나 기계에 관련된 연구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전동 휠체어부터가 엄청난 과학적 기술이 요구되는 기계였고 가끔 왓슨이 그의 연구실을 방문할 때면 수많은 기계와 로봇팔과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에게 있어서 로봇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은 그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일종의 산물이라 생각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그가 로봇과 최첨단 기계에 관한 연구를 할 것으로 생각했고 예상대로 워커 박사는 우주 끈을 회전하기 위한 최첨단 입자가속기를 요환에게 선물했다.


기존의 입자가속기보다 몇 배는 더욱 성능이 좋고 뛰어난 기술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워커 박사의 공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히나 그는 이론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선 보였다. 그의 천체물리학에 대한 지식은 적어도 요환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블랙홀을 만드는 데 있어서 인간이 들어가는데 필요할 만한 우주 끈의 양을 정하는데, 그의 도움이 컸다.


천체물리학 외에 양자역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블랙홀을 만들기 위한 여러 수식들을 성립하는데 그의 이론적 창조성이 큰 보탬이 되었다.


복잡한 수학 계산과 난제로 생각했던 수식들을 간단하게 풀어버리는 그를 보며 요환은 어쩌면 바벨이 후예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난 천재는 워커 박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물리화 된 두 개의 우주 끈을 교차하여 빠른 속도로 회전시켜 블랙홀을 만든다는 것이 기본적인 이론의 틀이었다.


어찌 보면 쉽게 보이는 실험이었지만 몇 가지 난제가 존재했다.


일단 의외로 우주 끈을 물리화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금술사인 핫산의 실력이 뛰어난 탓도 있었지만, 지구에 존재하는 물질과 다른 성질을 갖고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우주로부터 온 우주 끈 역시 일반적인 물질들과 기본적인 성질은 비슷했다.


예상외로 우주 끈의 물리화가 일찍 마무리되어 다음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관건은 인간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중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우주 끈이 필요하느냐였다.


또한, 회전시킨 우주 끈이 과연 온전한 커 블랙홀이 되어 출구인 화이트홀까지 만들어질지 역시 연구 초기의 난제였다.


잘못하면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는 블랙홀이 만들어 버릴지도 몰랐다.


약 1여 년이 흐르면서 작은 사고들이 있었긴 했지만, 액시온이 폭발했던 것과 같은 대형 사고는 터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 블랙홀의 완성이 가까워져 오고 있음을 요환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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