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과거)

by 프렌치힐

블랙홀을 만드는 실험은 재개되었다.


왓슨과 헤드마스터 과학자들은 장시간 협의 끝에 실험을 재개할 것을 결정하였다.


사실상 이번 실험에 있어 반대자는 핫산 혼자였다.


그는 블랙홀을 만드는 실험을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주 끈을 이용한 실험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외쳤다.


우주 끈은 미지의 물질이며 액시온 보다 배는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역시 그의 탐욕이 깔려 있었다.


우주 끈은 처음 왓슨 박사 연구소에서 발견한 물질이었다.


옛 과학자들이 섬 주위에 소용돌이가 많아 배의 접근이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버뮤다 제도에 바벨탑을 건설한 것이 어쩌면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우주 끈이라는 엄청난 물질이 바다 밑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그들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왓슨 박사는 우주 끈의 존재에 대해 감추어 왔다.


그가 왜 그 존재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우주 끈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왓슨이 우주 끈의 존재를 밝히면서 서서히 그의 연구소에서는 우주 끈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던 참이었다.


연금술사라 불리는 핫산으로서는 우주 끈이 탐날 만도 했다.


가히 신의 물질이라 불릴 만큼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물질이었다.


질량 보존의 법칙과 에너지 보존 법칙이 존재하는 이 과학 법칙 안에서는 어떠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다른 에너지를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어 내는 것이 전부일뿐. 하지만 우주 끈의 에너지는 무궁무진했다.


신의 물질이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주 끈을 이용하면 모든 물리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힘을 창조해 낼 수 있었다.


핫산의 눈에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를 가져다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 귀한 우주 끈을 블랙홀 만드는 데 허비한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욕망과 탐욕이 액시온 폭발 사고 이후에 더욱더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하 생활에 대한 환멸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을 이 햇빛도 안 드는 지하로 데려온 왓슨이 원망스러웠다.


핫산은 언젠가 반드시 지상으로 나가겠노라 그 스스로 다짐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동조하고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생각한 핫산은 마지못해 실험 재개에 찬성했다.


왓슨 박사는 액시온 사고와 같은 불행이 번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헤드마스터들이 함께 실험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 좋은 기회다.’


핫산은 액시온과 같이 우주 끈을 직접 자신의 연구소에서 관리하고 싶었다.


그러한 핫산을 캐서린은 경계하였다. 그녀는 조용히 왓슨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핫산 박사님께서 다른 마음을 품으신 것 같아요.”


“무슨 말이니? 캐서린?”


“저번 액시온 사고도 그렇고 이번 회의 때도 그렇고 예전 같지 않은 것 같아요.”


“핫산 박사는 우리의 안전을 위해서 그런 것이란다. 너도 봤잖니? 액시온의 무서움을.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우주 끈 역시도 반대하는 것 아니겠니?”


“아뇨, 아버지. 제 생각에는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왓슨은 캐서린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액시온의 물리화를 성공한 것은 핫산 박사님이에요. 오히려 저는 요환보다는 핫산 박사님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핫산 박사님은 요환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려고 했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 봐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캐서린은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태평하듯 말하는 왓슨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이번에는 액시온이 위험하다고 반대했다가 제가 우주 끈 이야기를 꺼내자 우주 끈 역시도 반대했어요.”


“캐서린, 너도 알다시피 액시온 보다 우주 끈이 훨씬 더 위험할 수가 있으니 그랬지 않았을까?”


캐서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자신이 우주 끈을 맡겠다고 그랬을까요? 옛날부터 우주 끈은 저희 연구소에 맡아서 관리를 해왔는데 분명 자신이 우주 끈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연구에 대한 욕심이야말로 우리 바벨의 후예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란다.”


왓슨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것이 연구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개인적인 욕심이면요?”


캐서린이 한 층 고조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 딸아. 내가 너를 믿고 있듯이 요환을 믿고 또 핫산도 마찬가지야. 우리는 한 가족이야. 잊었니?”


“하지만 아버지, 근래에 카이퍼 벨트가 다시 바벨의 후예를 노리고 있는 조짐이 보이잖아요. 저는 조심스럽게 핫산 박사가 에리스가 아닐까...”


“그만. 거기까지 해라.”


온화한 목소리로 캐서린의 말을 받아주던 왓슨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캐서린은 더는 왓슨과 이야기를 해봤자 그를 설득시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왓슨은 캐서린이 나간 자리를 한참 쳐다보았다.


‘캐서린. 날 생각하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우리 가족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캐서린의 말이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캐서린이 연구실 밖을 나오자 문 앞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캐서린, 이 늦은 시간에 박사님 하고 할 이야기가 많은가 보네?”


핫산이 문 앞에 서서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그런 핫산을 보자 캐서린은 흠칫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지? 무슨 일이라도?”


“당신과는 상관없어요.”


캐서린은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캐서린,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고개를 숙이지만 언젠가는 저년도 내 발아래 무릎 꿇게 만들겠어.’


핫산은 캐서린이 지나간 자리를 쳐다보며 홀로 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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