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잎 Oct 13. 2024

#5. 미안해요

미안해요




연애 4년, 결혼 4년 도합 8년 차의 우리 부부는 그렇다 할 싸움을 한 적은 없지만, 서로 의견 충돌이 있었던 적은 꽤 있다. 3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인데 어찌 모든 상황에서 의견이 일치할 수가 있겠는가.


심지어 우리 둘은 MBTI가 모두 다 정반대이다.

외향적이고 이상을 추구하며 감정적이고 계획적인 인간인 나와 달리, 남편은 내향적이고 현실적이며 이성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다.


내가 감정을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면 남편은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이렇게 어느 것 하나 일치하는 성향이 없는 우리 두 사람이 싸우지 않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둘 나름의 노력과 노하우가 있었다.




연애시절,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서운한 감정이 생기기도 하던 때,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 어떻게 하면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곤 했다.


계획적인 인간인 나와,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기 좋아하는 남편의 성향이 합쳐져 한 가지 서로에게 솔깃한 의견이 나왔다.


우리 같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때요?


사실 웬만한 모든 상황이 어느 누구 하나 틀린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다를 뿐인데 옳고 그름의 문제로 넘어가는 순간 싸움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하고 있었기에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욱 성숙한 '우리'가 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한 명이 책을 읽자는 제안을 먼저 했고, 다른 누구 한 명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 책을 읽자고 뒤이어 이야기 한 것이다.


『비폭력대화』

책 제목은 비폭력대화였다. 아마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사랑하던 남편의 제안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나름대로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를 하는 커플이었지만 지금의 대화에 머무르지 않고 더욱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애시절, 함께『비폭력대화』라는 책을 읽고 서로 인상적인 구절을 나누면서 우리의 대화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둘 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연인으로서 서로를 배려할 뿐이지 사실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며 내가 옳고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육아를 하다 보면 더 많은 의견 충돌이 생길 때가 많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었던 것은,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젊었던 20대 연인시절 읽었던『비폭력대화』라는 책의 영향이 적지 않다. 그 시절 함께 읽었던 그 책에 이러한 구절이 밑줄 그어져 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경험하는 것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감을 하는 대신에 자신의 견해나 느낌을 설명하거나, 조언을 하거나, 상대를 안심시키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낀다. 그러나 공감은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고 온 존재로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 『비폭력대화』 중에서


돌이켜보면 지금 우리 부부에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변치 않고 유지되는 것은, 그 시절 우리가 그 책을 함께 읽으며 다짐했던 서로에 대한 "공감"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어디에 지지 않는 고집에 언변이 좋은 두 사람이었기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마다 상대가 자신의 말에 수긍할때까지 끊임없이 자기 말을 늘어뜨려 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진심으로 공감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미안해요."가 아닌, 진심을 다해 먼저 사과하는 용기가 생기고, "내 말이 무조건 맞아."가 아닌 상대의 경험과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공감'하는 과정을 결혼 전에 충분이 경험하고 실천하다 보니 인생을 함께 살아갈 부부가 된 지금, 우리는 공감이 일상이 되었다. 상대에게 명확하고 분명하게 나의 생각을 전달하지만, 결코 상대를 무시하지 않으며, 나와 일치하지 않는 의견이라 할지라도 먼저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사과를 해야 할 일에 기꺼이 진심을 담아 "미안해요."라고 말을 하고, 사과를 들은 사람은 바로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해요."


"미안해요."

"사랑해요."


두 문장은 이제는 거의 자동적으로 연이어 나오는 우리 부부의 일상 언어 중 하나이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며 공감을 하게 되면 나의 태도 중 사과할 부분이 생기게 되고, 그때는 지체 없이 미안함을 표현한다. 그렇게 사과를 들은 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며 존중해 준 상대에게 어찌 사랑을 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대화하고, 끊임없이 서로의 생각을 들으며, 끊임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미안함이든 존중이든 사랑하는 마음이든 그 어떤 마음이든 정성껏 표하는 것.


그것이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부부의 살아가는 방법이자 사랑하는 방법이다.




토요일 연재
이전 05화 #4. 문 앞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