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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Sep 28. 2024

#4. 문 앞이요

문 앞이요!




 유독 뜨거웠던 여름.


추위를 많이 타고,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우리 부부는 지금껏 에어컨을 많이 틀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여름만큼은 도저히 에어컨 없이는 지낼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기에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놓을 때가 있었다.


중간중간 환기를 위해 꺼놓을 때도 있지만 반드시 에어컨을 켜놔야 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아이의 잠자는 시간.


기초체온이 높은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땀을 흘렸다. 어른도 참기 힘든 더위에 말 못 하는 아이는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아이를 위해 이번 여름은 에어컨을 전년 대비 훨씬 더 많이 틀게 되었다.


침실에도 에어컨이 있으나, 침실 바로 위에 에어컨을 틀면 오히려 감기 걸리기 쉬워서 우리는 침실 에어컨이 아닌 거실 에어컨을 틀어놓고 방문을 열어놓은 채 자곤 했다.


오후 8시면 잠드는 아이를 위해 우리는 저녁 일찌감치 거실을 어둡게 하고 에어컨을 틀은 후 방문을 열어 거실의 시원한 공기가 방으로 들어가게끔 다. 아들이 최대한 쾌적한 환경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놓지만 아주 잠깐의 쾌적함을 깨야할 때가 있다. 바로 시원한 거실 에어컨 공기를 차단하는 몇 번의 문 닫음이다.    


신생아시절부터 유독 소리에 민감하고 예민하던 아들은 아주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며 잠에서 깬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잠들 때 둘 중 한 사람이 외출했다가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면 어김없이 서로에게 이런 문자를 주고받는다.


"문 앞이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던지, 운동을 하러 나간다던지 할 때 문 여는 소리에 우리의 청각 예민 아들이 깰 수 있기 때문에 그 순간만큼은 방문을 닫고 소음을 최소화한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 다시 방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들어가게 한다. 얼마 후 상대가 다시 집으로 들어올 때쯤 앞뒤 다른 설명 없이도 그저 "문 앞이요" 이 한마디면 또다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방문을 닫는다.


매일 밤마다 주말엔 낮잠 자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하루에 한두 번 이상은 꼭 주고받는 "문 앞"이라는 이 문자는 우리 부부의 책임감이자, 아들에 대한 배려이자, 초보 엄마아빠의 고군분투라 할 수 있다.




연인이었던 우리는 한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우리의 존재가 달라지다 보니 우리의 대화의 주제도 달라졌다. 요즘 우리 대화의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우리 집의 실세, 우리 집의 꼬꼬마 아들이다.


오늘 아이가 어떤 단어를 처음으로 말을 했는지,

오늘 아이랑 산책길에 어떤 꽃을 봤는지,

오늘 아이가 왜 내 머리를 쓰담쓰담해 줬는지,


아이와 있었던 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한다.


처음 부모인지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모르겠는 순간에도 우리는 인터넷을 찾아보기보다 제일 먼저 둘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방향을 잡아나간다.


육아엔 정답이 없으나, 아이가 독립하기 전까지 아이의 보호자가 될 부모인 우리 두 사람은 책임지고 이 아이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우리를 돌아본다.


"문 앞이요."라는 짧은 이 문장 안에는 아들의 숙면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던 우리 부부의 마음이 담겨있다.


노트북만 보면 달려드는 아들 때문에 집에서 글을 쓰지 못하는 내가 잠깐 시간 내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글을 거의 마무리해 가니 곧 있으면 또 남편과 이 대화를 주고받을 것 같다.




"문 앞이요." 

"네 들어오세요~ 방문 닫아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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