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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Sep 14. 2024

#3. 사랑해요

사랑해요




부부에게 "사랑"이라는 단어가 빠질 수가 있을까.


우리 부부에게도 이 '사랑'이라는 단어는 대화의 단골 주제이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로맨스 드라마에 로맨스가 빠질 수 없듯이, 우리 부부가 매일같이 빼놓지 않고 서로에게 하는 말이 바로 "사랑해요."라는 네 글자 말이다.


"사랑해요."


어찌 보면 사랑하는 사이에서 주고받을 수 있는 참 간단하고도 쉬운 말이지만, 사랑이 깊어질수록, 특별한 사이가 될수록 오히려 그 깊이는 얕아지고 의미 역시 식상해지는 참 아이러니한 말이기도 하다.


결혼 전, 데이트를 마치고 헤어지기 아쉬워 집과 버스정류장을 몇 번이고 돌고 돌았던 애틋했던 연인사이. 우리는 지겹고도 지겹도록 "사랑해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었다.


얼굴을 보면 말하고, 전화로도 말하고, 문자로도 말하고 시도 때도 없이 말이다.


서로 죽고 못 사는 그런 애틋한 사이였던 우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보니 애틋함보다는 전우애가 싹트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랑하고 더욱더 사랑하지만 연애시절 입이 닳도록 말하던 그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대화에서 현저히 줄고 있었다.




물론,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이 식거나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보다 더욱 소중하고 애틋한 아이가 생기고 나니, 둘만을 향했던 사랑이 이제 더 이상 서로에게만 향하지 않게 되고, 아이에게 1순위로 향할 때가 많다.


어느 날, 아이에게 수십 번도 넘게 "사랑해."를 말하던 순간, 생각했다.


내가 오늘 남편에게 "사랑해요."라는 말을 했었던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지만, 말을 할수록 더 잘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육아를 하는 부부 사이의 사랑은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일과 육아에 치우쳐 서로를 잊기 쉬운 워킹맘, 워킹대디인 맞벌이 부부에게는 더욱더 "말하는 사랑"이 필요하다.




'남편에게 더욱더 사랑한다고 말해줘야지!' 다짐했던 날, 남편이 중대발표를 하듯이 나와 아기를 불러놓고 이야기를 했다.


2024년 새해가 된 날.  남편은 우리 가족의 새해 인사말을 생각해 보았다며 입을 열었다.


올해 우리 집의 인사말은 "사랑합니다."에요.   

 

역시 부부인가. 부부 아니랄까 봐 어쩜 이렇게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생각만 하던 나와 달리 남편은 아예 인사말처럼 사랑을 더욱 외치자며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남편은 자신의 말을 지키듯이,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잊지 않고 이 인사말을 우리에게 전하고 출근한다.


"아들 사랑해. 세잎이(필명) 사랑해요. 어머님 사랑합니다."


손주 봐주러 늘 아침마다 와주시는 친정엄마에게도 꼭 잊지 않고 매일 아침마다 사랑을 외치는 사위. 그런 사위를 위해 자연스럽게 친정엄마도 사위인 남편에게 사랑한다고 화답해 주신다.


한마디 말인데 더욱더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되고, 사랑이 깊어지는 부부가 되었다. 부부의 언어에 사랑이 가득해지니 당연히 아들에게도 그 사랑이 흘러간다.


사랑의 언어를 매일같이 보고 듣는 아직 말 못 하는 만 1세 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해요."를 몸으로 표현하며 사랑덩어리가 되고 있다. 단어 몇 개를 말하기 시작한 때에는 "사랑덩어리~" 하고 부르면 본인을 말하는 것을 아는지, 힘차게 오른쪽 손을 들며 "네!"하고 대답하는 진짜 사랑덩어리 아들이 되었다.




때로는, 너무도 당연한 말들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부끄럽다는 이유로, 식상하다는 이유로,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어려운 말이 될 수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서로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외치고 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진: Unsplash의Anna Kolosy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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