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나에게 매일같이 해주는 말이다. 남편은 나보다 퇴근시간이 늦기 때문에 우리 집에서 항상 제일 마지막에 들어오는 사람이다. 퇴근길에 남편은 통화의 마지막에 늘 이 말을 잊지 않고 한다.
"필요한 것 있어요?"
사실 별 거 아닌 말일 수 있다. 집에 혹은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있느냐 없느냐 물어보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이 평범하지 않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평범한 그 말에 남편의 마음이 담겨서이다. 그래서 나는 평범하게 던진 그 말을 결코 평범하게 듣지 않고 특별하게 생각하곤 한다.
자차는 아내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게 하고, 본인은 자전거와 버스를 환승해 가며 출퇴근을 한다.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해서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매일같이 헐떡이며 뛰어오는 남편이다.
그런 남편과의 통화에서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조금 더 빨리 퇴근하지 못한 미안함과 빨리 보고 싶은 설렘이 같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로 매일같이 나에게 필요한 게 없는지, 사갈 게 없는지를 물어본다.
빨리 와서 쉬고 싶을 텐데 사소한 어떠한 거라도 필요한 게 없는지를 꼭 물어보고는, 진짜 꼭 필요한 물품이 아니더라도 먹고 싶은 군것질거리가 필요한지를 물어본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 가끔 필요한 게 있다가도 빨리 집에 들어와서 쉬게 하고 싶은 마음에 필요한 것 없으니 그냥 들어오라고 한 적도 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늘 물어보는 남편을 보면 참 고맙기도 하고, 그의 마음을 본받고 싶을 때가 많다.
꼭 커다란 무언가를 받아야지만 그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거나 존경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다. 고가의 선물을 받지 않아도, 매일같이 무언가의 이벤트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상대에게 감사하고 상대를 존경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있는지, 부족함은 없는지 물어본다는 것은, 자신이 지금 어떠한 상황이든지 간에 상대를 위해 그 필요를 채워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늘 아내인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남편을 보면 아내와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기도 한다. 나의 바쁨과 나의 힘듦만을 먼저 바라보며 남을 돌보지 못했던 어리고 연약했던 마음들을 말이다.
어느 날은 퇴근길 어김없이 나에게 필요한 것 없냐며 전화해 주는 남편에게 아이스크림이 살짝 먹고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퇴근이 늦어 저녁 먹어야 할 시간도 살짝 지났을 시간, 남편은 기어코 아이스크림을 사서 집으로 들어왔다.
나는 남편의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와 말 한마디 한마디를 감사해하고, 남편은 그런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생각에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나의 필요를 물어본다.
그래서일까.
우리에겐 그저 편의점에서 파는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가, 호텔에서 파는 10만 원이 넘는 망고빙수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