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무리 음악을 사랑하는 커플이라지만, 한껏 펑퍼짐한 오버핏 티셔츠를 입고 외칠법한 "hey yo~!"의 그 "yo~!"는 아니다.
바로 존댓말을 할 때 끝말에 나오는 "요"이다. 존댓말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요"로 끝나는 말들이 떠올랐다.
"어때요?"
"~할까요?"
"그래요."
"좋아요!"
우리 부부의 언어를 적어보기로 정한 이후로 가장 첫 번째 쓰고 싶었던 것은 "존댓말"이었다. 우리 부부의 시그니처가 바로 존댓말이기 때문이다.
같은 교회 청년부에서 만난 우리, 청년부 섬김을 같이 하는 2년여 시간 동안 남편은 나에게 별다른 고백 없이 그저 짝사랑을 이어갔다고 했다. 고시 공부를 하는 나를 배려해서 2년 동안 고백을 하지 않은 남편은 나에게 때로는 편한 오빠이자, 때로는 듬직한 청년부 회장이었다.
남편은 나보다 3살 많았기에, 첫인사를 나누던 때를 제외하고는 바로 나에게 말을 놓았다. 반대로 3살 어리던 나는 나름 깍듯하게 존댓말을 해왔다.
그렇게 친한 섬김이 동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를 지속하다가 우리의 관계가 동료가 아닌 연인이 된 순간, 서로 "말"에 대한 주제로 얘기한 적이 있다.
"지금은 세잎이(필명)가 나한테 존댓말을 하고 있고, 나는 반말을 하고 있는데 하나로 통일하는 게 어떨까?"
"좋아요~! 반말하다가 존댓말 하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제가 말 놓을까요?"
으레 편해지면 존댓말에서 반말로 가는 게 일반적인 순서 아닌가.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자신이 존댓말을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반말로 편하게 말하던 사람이 어린 나를 높여주며 말을 높이겠다니. 사실 쉽지 않은 제안일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은 서로를 높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오빠인 당신이 먼저 동생인 나를 높여주었다.
그렇게 어린 20대 후반, 연애를 시작하던 그 순간부터 연애 4년, 결혼 4년 차가 되어 30대 중후반이 된 지금까지.
8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변함없이 서로를 존대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물론 가끔 반말이 나올 때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반말보다는 존댓말이 편하다.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순간 말고도, 문자나 sns상에서도 우리 부부는 존댓말로 대화한다.
존댓말로 대화하면 뭔가 딱딱하거나, 서로 멀게 느껴지진 않을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가 느낀 바로는 존댓말 때문에 서로가 멀게 느껴진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존댓말도 충분히 친근할 수 있다.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기에 서로를 더욱 아낄 수 있다.
서로 언쟁이 일어날 수 있는상황에서 존댓말은 더욱 빛을 발한다.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번 더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게 해 주고, 나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언어 또한 부드럽게 들리는 장점이 있다.
언어 자체가 상대를 높이는 언어이기 때문에, 나보다는 상대를 높이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싸움이 아닌 부드러운 대화가 가능해지고, 대화의 끝은 이해와 존중으로 마무리된다.
8년여 시간 동안 그렇다 할 싸움이 없었던 이유, 바로 우리의 시그니처 언어인 "존댓말"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낳고,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스러운 아들이 생긴 이후로, 이제 더 이상 우리는 둘이 아니다. 우리의 언어를 늘 바로 옆에서 듣고 자라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우리의 존댓말이 이제는 아들의 귀에 들어가 아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아들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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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여 시간 동안 서로 존대하며 존중해 온 것처럼, 앞으로 더 긴 시간 동안, 함께하는 그 많은 날들 더욱더 서로 존중합시다.
그리고 그 존중의 언어를 듣고 보고 자란 아들아, 너 또한 너와 만나는 모든 이들을 존중하며 높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