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두 돌을 앞둔 만 1세 꼬꼬마아들이 잠잘 시간만 되면 연신 입에서 내뱉는 말이다.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뿌~ 뿌~" 외쳐 된다.
아직 제대로 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들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몇 가지 단어들 뿐인데 도대체 "뿌-뿌-"가 뭐지.
"아들- 뿌뿌가 뭐야? 나팔? 부부?"
아들 앞에서 부부인 우리 모습을 물어보는 거냐며 서로 껴안고 스무고개 맞추듯이 정답을 외쳐보지만 자신 있게 외치는 답들은 모두 다 오답이다.
말 못 하는 아들이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할 때쯤 우연찮게 정답이 얻어걸렸다.
정답은 바로 "흥부와 놀부"
잘 때마다 누워서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이번에도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해달라며 자기 딴에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말한 것이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를 재우고 방을 나오면서 "뿌-뿌-"를 다시 생각해 보는데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가 들어도 이건 "부부"인데 이 조그마한 아이가 "부부"라는 단어를 알리도 없고...... 최선을 다해 다정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아들 딴에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 들려달라니까 왜 갑자기 엄마아빠가 서로 껴안고 난리지 싶었을 수도 있다.
"뿌뿌" 사건의 결과는 흥부와 놀부였지만 아들 덕분에 그동안 아들 앞에서 엄마이자 아빠의 모습만 보여주었던 우리가 서로의 아내이자 남편인 "부부"의 모습을 부족함 없이 보여주었달까.
이 작은 "뿌뿌" 에피소드를 통해 다음 연재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부부.
'아들의 언어'를 알아맞히기 위해 "부부"를 하염없이 외치던 이 사건을 통해 진짜'부부의 언어'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쩌면 아주 사소한 하루 일상 속 대화이자 언어이지만 이 사소한 대화 속에 우리 부부의 모습이 담겨있다. 한 단어라 할지라도 그 단어 속에 우리가 있다. 우리의 가치관이 있고, 우리라는 사람이 있고, 서로를 생각하는 우리의 사랑이 있다.
이번 브런치북에서는 한 회당, 하나의 단어 혹은 하나의 문장을 담으며 우리 부부의 언어를 담고, 우리의 일상을 담아보고자 한다.
연애 4년, 결혼 4년 차, 도합 8년 동안 우리는 그렇다 할 "말싸움"을 한 적도, 누군가 한 명이 토라져 반나절 이상 말을 섞지 않는다거나 한 적이 없다. 둘 다 결코 완벽하지 않은데 실수와 잘못이 없을 리가.
분명 한 명, 혹은 둘 다 잘못한 일들도 참 많았는데 그때마다 우리가 싸우지 않고 잘 지나갔던 것은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어서는 아니다. 누구 한 사람이 참고 져주고 봐줘서도 아니다.
해답은 우리의 대화. 우리에겐 "싸움"이 아닌 "대화"가 있었고 서로를 존중한 우리의 언어가있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지난 우리의 대화들을 돌아보며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했는지도 돌아보고자 한다.
나는 어떠한 단어를 사용해서 말하고 있는지, 어떠한 말로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또 상대의 말은 나의 하루를 어떻게 위로해 주고 어떻게 달래주었는지. 단어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어떻게 어루만져 주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