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해놓은 밥도 없고
반찬도 없고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줄 힘도 없었다.
동네에서 같이 아이 키우는 엄마가
그 말을 듣더니
어제 집에서 카레를 했는데 두 통이라며,
그 귀한 것을 한통 쑥 꺼내서 내 손에 들려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흰쌀만 얼른 씻어서 '백미쾌속' 버튼을 누르고 나니
그때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가진 듯 안심이 되었다. 혹은 '만군만마'
뜨끈하게 댑힌 카레를 갓 한 밥에 한 국자 끼얹고
두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자리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카레와 밥을 섞는데,
카레 속에서 브로콜리도 보이고 버섯도 보였다.
아이들이 브로콜리도 먹으면 좋겠고
버섯도 먹으면 좋겠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나는 그날 그렇게 사랑을 먹었는데,
그 맛는
엄마에게 업힌 것 같기도 하고
엄마와 마주앉아 얘기나누것 같기도 하고
아픈 내 이마에 엄마가 손을 얹어주는 것 같은
포근하고 든든한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