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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지영 Nov 13. 2021

밑줄과 테이프가 가득한 곳

지극히 개인적인 책 사용법


누군가 말했다.

책에 밑줄을 치면 나중에 중고로도 팔기가 어렵다고.

들었을 땐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그 후로 왠지 더 많은 밑줄을 그었다.


누구에게도 주기 싫어서일까

아니면 더욱 내 것이었으면 해서일까

 

여기저기 맘에 드는 문장마다 밑줄을 벅벅 긋다가, 너무 심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 맞춰 예쁘게 쓰인 책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밑줄 대신 종이 끝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에도 훨씬 쉽고 예쁘다.


행여나 떨어질까 두세 번 꾹꾹 눌러보고 나서야 다음 줄로 눈이 옮아간다.


돌아보면, 일에도 사람에도 그랬다.

마음에 들고 좋아하면, 내 거라고 티를 팍팍 냈고, 흔적을 잔뜩 남겼다. 그렇지만 이제는 일에도 사람에도 내 흔적만 남기기 어려움을 안다.



그렇기에 오늘도 오롯한 나만의 것, 새로 산 책 곳곳에 애정 어린 흔적을 양껏 붙이고 그린다.

안리타, 쓸 수 없는 문장들, 홀로씨의 테이블, 20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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