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느끼고 있다

by 숨치

아침 8시 50분.


사무실 문을 열었다.

대충 인사하고 자리에 앉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분위기가 싸하다.


과장님이 업무 실적 문제로

부장님에게 크게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슬쩍 과장님을 보니 눈빛이 심상치 않다.

과장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있는 이 대리는

그 눈빛 속에서 자기에게 날아올 화살을 미리 예감한 듯,

벌써 풀이 죽어 있다.




요즈음의 아파트는 어지간하면 20층이 넘는다.

지하 1층 주차장에서 10층 이상까지 가려면 꽤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엘리베이터 앞에 왔는데,

막 올라가 버리면 난감하다.


최상층까지 가는 사람이 탔다면

5분은 그냥 기다려야 한다.


처음 보는 남자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

무뚝뚝해 보인다.

말조차 붙이기 힘들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단둘이.


20층 버튼을 눌렀다.

남자는 23층 버튼을 누른다.


뭔가 불편하다.

자꾸 층수만 보게 된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20층에 도착했다.

“올라가세요~”라고 어색하게 말을 했다.


그러자

남자가 나를 보고 슬쩍 웃으며,

“네. 들어가세요.”라고 말을 한다.


아, 이 사람도 인사를 하는 사람이구나.




우리가 매일 겪는 일들이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우리는 이런 순간마다 어떤 상태를 느끼고

그 공간의 분위기를 감지한다.


우리는 이처럼

생각보다 기를 잘 느낀다.


다만

그것을 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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