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초나흘, 밤새 겨울비가 내린다. 객창에서 맞는 빗줄기에 나그네의 심사가 서글퍼진다. 처음에는 보슬비처럼 내려서 지붕 기와만 적시나 싶더니, 어느덧 점점 거세져서 옷을 적시고 있다. 빗줄기가 가는 실처럼 얽혀 눈앞이 어지럽다. 토담 방으로 들어와서 등잔에 불을 붙였다. 새파란 불심지를 바라보노라니 유배객의 마음이 처연해진다. 지금쯤 고향집에 두고 온 아내도 규방 깊은 처소에서 눈물 흘리고 있으리라. 나라의 알 날이 걱정되어 시시비비를 가렸더니 돌아온 것은 유배형이다. 간신들의 농간이라고 분개했지만, 돌이켜 생각하니 이 또한 하늘의 뜻인지도 모르겠다. 우선 나 자신의 허물부터 돌아보리라. 내일 아침엔 삼라만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겠지.
귀양지에서 겨울비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허전함과 쓸쓸함이 잘 묘사되어 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잘못을 스스로에게서 찾아보는 성숙한 인격이 담긴 선비의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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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에 태어났더라면 전아(典雅)한 문사(文辭)의 글재주가 더욱 만발하였을 분인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