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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runner Nov 24. 2022

2.5 뭐 먹을래?

아무거나 맛있는 거

연인 사이에 매번 반복되는 숙제 ‘오늘 뭐 먹을래?’이다.

그리고 직장인의 영원한 숙제 ‘오늘 점심 뭐 먹지?’이다.

거기에 직장인은 ‘오늘은 누구와 먹을까’도 매번 고민되는 문제이다. 회식 장소를 고르는 일은 더욱 고심되는 문제이다.

연인 사이에서 또는 회사 회식 때 ‘뭐 먹을래?', '아무거나~!’는 매우 어려운 숙제중 하나다.

그 어렵고 중요한 숙제는 꼭 나의 몫이 된다. 그 숙제를 내가 도와 준다는 마음으로 해보자!

어디서든 먹는 것은 중요하다.


매번 데이트를 하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다. 몇 번은 맛집 순례도 하고, 특별한 음식을 먹었다.

매일 맛집을 가고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친의 '아무거나'는 이런 뜻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은 나도 잘 모르는 뭔가 특별한 음식이어야 한다. 어제 먹었거나, 지난주 먹었던 것과 달라야 하며, 건강 생각하고, 다이어트도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음식이다. 나도 정확히 뭐라 말해줄 수는 없지만, 모든 관심이 나에게 향해 있는 너는 꼭 그 숨어있는 맛있는 것을 찾아주길 바란다.’


이런 X장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본인이 모르는 것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점쟁이도 아니고...

     

회사에서도 회식을 할 때 장소 예약을 알아서 하라던가, 회식 메뉴를 골라보라는 숙제가 떨어진다. 이때 최대한 상사의 입맛에 맞게 선택을 해야 하지만 같이 가는 팀원들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린다. 회식 때마다, 회를 먹으면 회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다 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맨날 회만 먹냐?, 회 좋아하는 사람은 뭐든 날로 먹으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다고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스테이크에 와인으로 회식을 하면, 젊은 여직원들 취향에 잘 맞지만 상사로부터 회식 같지 않고 뭔가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삶은 B와 D사이의 C이다. (Life is C between B and D)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우리 인생은 Birth(탄생)과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이다.


우리는 매번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이때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포기한다는 뜻이다. 회사에서 직급이나 직책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은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아닌지에 따라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적게 돈을 받고, 일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장에게 돈을 더 많이 준다. 일은 안 하고 보고서 결재를 올리면, 대충 읽어보고 사인을 하거나 반려해버리는 장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이유는 그 선택(결정)하는 일이 힘들고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선택(결정)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뭐 먹으래? 아무거나~!’처럼 점심이나, 저녁 메뉴를 고르는 것조차 어려운 숙제로 느껴지는데, 회사에서 운영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런 부장을 위해 회식자리의 메뉴 정도는 내가 정해서 주자. 간단한 숙제 정도는 내가 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택이라는 것이 모두를 다 만족할 수는 없다. 선택(결정)을 하고 나면, 누군가는 손해(?), 불만인 사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회식자리 자체가 별로 안달 가운 사람도 있다. 더욱이 메뉴가 본인이 싫어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통, 화합,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준비한 회식자리가 직원들에겐 집으로 도망갈 타이밍을 노리는 눈치 게임으로 되고 만다. 이래서는 회식을 하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직원들이 억지로 끌려온 자리라면, 자리를 마련한 부장도 즐거울 리 없다. 그래서 최대한 모든 사람이 만족하도록 선택을 해보자. 

다들 선택(결정)을 못하고 있을 때 일단 큰 메뉴에서 나눈다. 바로 육, 해, 공이다.


  ㅇ 육 - 네발 달린 음식(돼지, 소, 요즘은 양도 있다.)

  ㅇ 해 – 바다 음식, 해산물. (회, 조개, 어류, 꽃게, 해산물 등)

  ㅇ 공 - 날개 달린 음식(닭, 오리, 메추리 등)


이렇게 큰 메뉴에서 나누고 나면 선택이 쉬워진다. 일단 팀장과 얘기를 해서 육, 해, 공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면 ‘아무거나’라고 말했지만, 쉬워진 선택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고른다. 만약 ‘해’을 선택했다면, 그러면 팀원들과 얘기를 해서 회, 조개, 어류, 꽃게, 해산물 중에 고른다. 만약 ‘회’ 중간 메뉴가 정해진다면, 마지막 최종 메뉴는 내가 정한다. ‘회’ 중에서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보편적인 광우, 우럭이지만 지금까지 선택을 위해 노력한 나를 생각해서, ‘봄철이니 매번 먹는 광어, 우럭보다 도다리 회 한 번 드시죠.’ 라던가, ‘가을이니 특색 있는 방어회 한번 드시죠.’ 아니면 ‘요기 참치횟집이 새로 생겼는데 한 번 가보시죠?’라고 선택을 한다. 그럼 처음에 ‘아무거나’라고 말했다가 팀장과 팀원들의 의견을 조율해서, 민주적으로 다수결로 정했으니, 메뉴를 싫다고 하는 사람은 현저히 줄어든다.(그래도 불만인 소수는 어쩔 수 없다.)

    

연인 사이에서도 '아무거나'를 선택하면 일단은 큰 분류로 나눠보자.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분식’이다.


  ㅇ 한식 – 김치찌개, 된장찌개, 한정식, 비빔밥 등

  ㅇ 중식 – 짜장, 짬뽕, 볶음밥, 탕수육, 코스요리 등

  ㅇ 일식 – 초밥, 소바, 회덮밥, 메밀 등

  ㅇ 양식 – 스테이크, 스파게티, 돈가스, 피자 등

  ㅇ 분식 – 떡볶이, 라면, 쌀국수, 수제비 등


그러면 딱 뭐가 좋다고 하면 다행인데, 없으면 하나씩 지워가자. 일단 보통 중식은 별로지?라고 물어본다. 경험상 보통 중식이 가장 먼저 제외가 된다. 중식업계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연인 사이에서 짜장면은 좀 그렇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이 중식집이니,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시길...

그리고, 햄버거, 피자, 이런 간단한 거 먹을까? 아니면 다른 거...?


메뉴 정하기가 어려울 경우, 장소부터 정하는 경우도 있다.

큰 분류로 장소를 나누는 경우


  ㅇ 랜드마크 건물 - 대형마트나 OO쇼핑몰로 일단 가서 고르기

  ㅇ OO거리 - 젊은이 많이 몰리는 OO거리 또는 먹자골목에서 맛있어 보이는 곳 들어가기


그렇게 큰 분류에서 선택을 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쉬워진다.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결정을 못하는 결정장애가 생긴다. 때로는 배려해서 물어보기보다, 이거 먹자!라고 리드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여자도 있다.

단, 호감도에 따라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한다.

뭐 먹을래?라고 물어보는 것을 호감도가 높다면 배려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호감도가 낮다면 우유부단하다거나, 데이트에 너무 신경을 안 썼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냥 이거 먹자!라고 하면 호감도가 높을 땐 리더십이 있다고 느끼겠지만, 호감도가 낮으면 자기 맘대로 결정하는 이기주의라 생각한다.

물론 호감도가 아주 높다면 편의점 도시락을 먹어도 좋아라 할 테고, 그냥 안 먹고 쳐다만 봐도 배부르다 할 것이다.(나는 그런 경험을 연인 사이에 해본적이 없었고, 아이가 먹는 모습에서 느낀 적은 있었다.)


첫 만남이라면 무조건 양식으로 하자. 그중에 스파게티로 하자. 스테이크로 하기에는 남자 입장에서 가격이 부담되고, 한번 만남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 괜한 투자비(?)만 날릴 수 있다. 물론 서로 이야기해서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된다. 나의 경우 첫 만남에 스테이크를 같이 먹었던 여자는 그날 이후 본 적이 없고, 비빔밥을 먹었던 여자가 현재의 아내로 살고 있다.

나의 단골 메뉴는 ‘버섯매운탕’ 이였다. 아내가 버섯을 좋아했고, 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해서 항상 뭘 먹을지 고르지 못할 때면 늘 가던 단골집의 단골 메뉴를 먹었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면 남자의 돈을 아껴주고,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여자의 신체를 아껴준다.

그게 아니라면 여자는 남자의 주머니 사정은 전혀 게이치 않고 비싼 음식이나 선물을 바라고, 반대로 남자는 여자를 소중히 아끼기보다는 스킨십이나 육체적 관계만 바란다.


선택이란 항상 어렵다. 여러 좋은 것들 가운데 가장 좋은 하나 갖는다는 느낌보다, 나머지 모두를 포기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는 어려운 숙제이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숙제이다.     


결정장애
캐머러 교수가 이번에 수행한 연구는 선택 과부하에 대한 뇌의 반응을 비롯해서 뇌가 몇 가지 선택지를 선호하는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커피잔 등에 붙일 수 있는 풍경 사진을 제공받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그룹으로 나뉘어 이 같은 풍경사진을 6장, 12장, 24장씩 받았다. 그리고 난 뒤 fMRI 장치에 들어간 상태에서 마음에 드는 풍경 사진을 골랐다. 대조군은 컴퓨터 화면으로 이미지를 보여줬는데 이미지 선택은 컴퓨터가 알아서 무작위로 진행됐다. fMRI 스캔 결과 참가자들이 사진을 선택하는 동안 뇌의 두 영역이 활성화됐다. 의사 결정이 가져올 잠재적인 이익 등에 관여하는 전대 상피질(ACC·anterior cingulate cortex)과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해 관여하는 '선조체' 영역이었다.
캐머로 교수와 동료 연구진들은 뇌의 두 영역이 12개의 선택권이 있을 때 가장 많이 활성화됐으며 24개의 선택 항목이 있을 때 가장 덜 활발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캐머러 교수는 "뇌 활동 패턴은 아마도 선조체와 ACC의 상호작용"이라며 "또한 뇌가 할 일이 증가하는 일에 대해 선택에 대한 잠재적인 보상(그들이 머그컵에 붙일 정말 좋아하는 그림을 얻는 것)이 결과를 이끌어낸다"라고 설명했다. 선택지의 숫자가 늘어나면 잠재적인 보상이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익의 감소로 인해 곧 안정화를 되찾는다. 캐머러 교수는 "12가지 중 고르는 것이 최선이었으며 24가지 중 선택하는 것은 개선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선택지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노력도 증가하게 된다. 정신적인 노력과 잠재적인 보상은 보상이 너무 낮지 않고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 달콤한 '지점'을 찾아낸다. 이 패턴은 단지 웹 브라우저로 이미지를 보여줬을 때는 작동하지 않았다. '잠재적인 보상'이 없을 뿐 아니라 그림을 선택하는데 노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머러 교수는 "12개는 인간의 의사결정을 위한 '매직넘버'가 아니다"라며 "단지 실험 설계를 위한 산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마도 선택에 있어서 이상적인 옵션제의 개수는 8~15개 사이에 있으며 이는 보상과 선택 평가의 어려움, 개인의 특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물론 가장 가까운 식료품점을 방문하면 많은 상품들이 수십 가지가 놓여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통로에는 수많은 브랜드와 크기, 향, 질감, 특성을 갖고 있는 치약이 놓여있고 조미료 통로에는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수십 개의 겨자가 있다. 캐머러 교수는 "사람은 선택의 여지가 많아 선택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하지만 선택지가 많을 때 자유를 느끼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수적으로 우리의 눈은 '위'보다 크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원하는지 생각할 때 결정을 내림으로써 발생하는 좌절감을 정신적으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 분야에서 향후 연구는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신적 비용을 탐색하고 정량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신적인 노력은 무엇인가. 비용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이해는 상당히 부족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많으면 많을수록 결정장애 일으키는 메뉴판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Caltech)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680614&cid=60296&categoryId=60308   



몇해 전 인기리에 방영했다 종영된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백종원이 식당에 조언해주는 것들 중 대부분이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은 메뉴의 가짓수가 줄어들면 손님이 줄어 들것이라 생각했다.

포방터의 돈가스 집은 메뉴수를 줄이기 위해서 백종원이 각서까지 쓸 정도였다.


큰 분류에서 생각하고, 너무 많은 가지 수를 만들지 말자. 선택할 수 있는 가지 수가 많을수록 포기하는 가지 수가 늘어난다.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너무 많은 선택지를 만들지 말. 상사는 늘 선택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기획보고서에 1안, 2안 까지만 만들어라. 아무리 복잡한 문제여도 최대한 세 가지 안을 넘지 말아야 한다. 상사의 스타일마다 다르겠지만, 이미 정답을 정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상사도 있다. 그럴 때는 답이 정해진 1번 안과 누가 봐도 선택하지 않을 2번 안을 준비해서 무조건 1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디자인에 관한 사항은 사람마다 보는 시각의 차이가 너무 많아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 서로 비슷하게 괜찮은 2가지 안을 가져가면 그 2가지를 섞은 3번 안을 만들어 오라고 하기도 한다. 

 

지금은 사라진 기술이 되었지만, 홈페이지 디자인 시에 예전에는 플래시가 상당한 영역을 차지하였었다. 움직이는 그림을 벡터 이미지로 구현한 기술이었는데, 플래시가 들어가야 홈페이지가 살아 있는 듯 느껴지고, 고급스럽게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디자이너라도 주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맘에 드는 깔끔하고, 모던하고, 럭셔리한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다. 한 번 수정하기 시작한 디자인은 정답이 없이 산으로 갈 수 있다.


상대가 큰 분류에서 선택을 하고, 작은 분류는 거기에 이야기를 덧붙여 선택을 쉽게 하도록 하자. "이 디자인은 발주처가 원하는 00회사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BI의 기본 컬러를 사용하여 경영철학인 0000을 강조하여 제작하였습니다"


"오늘 뭐 먹을래"

"아무거나"

"그럼 지난 번에는 해산물을 먹었으니, 오늘은 닭갈비나 새로 생긴 돈가스 전문점은 어때~?"


"우리 언제 만날까?"

"글세..."

"이번주 주말은 지방에서 일이 있어서 안되고, 다음주 금요일, 토요일 중에 언제가 시간 괜찮아~?"


되도록 2가지 중에서 고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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