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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세계 2025년 1월호 ㅣ 신작 에세이 ㅣ 강아름
삶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자연히 우린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걱정이고, 하나는 기대이다. 걱정은 편안해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므로 불안으로 나타난다. 기대는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므로 분노와 우울로 나타난다. 그러나, 걱정이나 기대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작용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작용하는 현실 그 자체이다. 그 현실은 불안정한 현재 상태, 막연하기만 한 혼돈의 세상, 그리고 나의 욕구이다. 상태와 세상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고,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면 끔찍하게 배신당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욕구뿐이다. 걱정과 기대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바다 깊숙이 내려앉은 나의 마음이 편안하기를 원하는 지, 행복하기를 원하는지 지켜보아라. 편안을 추구한다면 일상을 채워라. 행복을 추구한다면 도전하고 만족해라.
"저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알았어요. 불편한 걸 잘해야 해요. 불편한 걸 감수하고 해내야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기, 전화 영어 같은 것들을 몇 개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으면, 그 다음게 자동으로 따라와요."
어떤 게 행복일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것일까?
나의 몸은 하던 일, 이미 적응한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호한다. 처음엔 적응이 느리고 실수도 잦지만, 성실함을 발휘하여 업무에 익숙해지고 나면 꽤 빠릿빠릿하게 일을 처리해 낸다. 그렇게 변동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편안해지면서, 남은 에너지를 업무 발전과 효율화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일을 하면서 행복하진 않아도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으로 시간은 지나가고, 퇴근 후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며 즐기는 삶을 추구한다.
머리는 다르게 말한다. 무엇이든 도전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라 한다. 어떤 것이든 실패하더라도 해봐야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목표가 명확하고, 그것을 해내고 싶어 하며,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 달성 계획을 세우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패가 두렵다. 그래서 도전에 매우 보수적이다. 막상 도전하면 최선을 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며 우울이라는 변명을 만들어낸다. 우울은 그만하고 살던 대로 살자고 귀에 속삭인다.
그래도 끝까지 해낸 것들이 있다. 생각보다 잘 본 수능으로 간 인서울 대학과 교정직 합격. 대학교는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교정직 합격을 통해서는 최소한의 경제력을 얻어냈다. 경제적 자유까지는 힘들겠지만, 경제적 독립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편안한 삶에서 멈췄다면 느끼지 못할 행복을 느끼고 있다.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래서 안정적인 지금의 삶에 머무를 수 없다. 저질러야 한다. 당장 계획한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자.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로 인한 분노와 우울이 나를 괴롭히더라도, 가진 잠재력을 믿고 어떤 제한선도 두지 말자. 겸손은 집어치우고, 주변 사람들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그렇게 버텨내며 나아가되, 너무 멀리 보지 말자. 주어진 오늘을 살고, 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