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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년을 찾아서

아름세계 2025년 1월호 ㅣ 신작 에세이 ㅣ 강아름

by 강아름 Jan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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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 정확하게는 2022년 6월, 나는 행복을 궁금해했다. 나름 내린 결론에 대해 간단하게 글로 남겨두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2024년 12월에 메모장을 정리하다 그 글을 발견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글이 지난 2년간 나를 움직인 엔진이자 심장이라는 것을.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어떤 게 행복일까?"


 감히 행복이 무엇인지 정의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야 어디로 어떻게 나아갈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 올해 3월에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 글로 남겨 두었다. 역시 잊고 있었던 글이다.


 (Google Keep 메모 / 2024년 3월 28일에 수정됨)

 삶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자연히 우린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걱정이고, 하나는 기대이다. 걱정은 편안해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므로 불안으로 나타난다. 기대는 행복해지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므로 분노와 우울로 나타난다. 그러나, 걱정이나 기대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반작용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작용하는 현실 그 자체이다. 그 현실은 불안정한 현재 상태, 막연하기만 한 혼돈의 세상, 그리고 나의 욕구이다. 상태와 세상에 대해서는 어찌할 수 없고,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다면 끔찍하게 배신당할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욕구뿐이다. 걱정과 기대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바다 깊숙이 내려앉은 나의 마음이 편안하기를 원하는 지, 행복하기를 원하는지 지켜보아라. 편안을 추구한다면 일상을 채워라. 행복을 추구한다면 도전하고 만족해라.


 코미디언 김영철은 이경규의 유튜브에 출연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저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알았어요. 불편한 걸 잘해야 해요. 불편한 걸 감수하고 해내야 해요. 아침 일찍 일어나기, 전화 영어 같은 것들을 몇 개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으면, 그 다음게 자동으로 따라와요."


 그렇다. 행복은 불편하다. 그래서 우린 선택해야 한다. 편안할 것인지, 행복할 것인지. 2022년 6월의 나 역시,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사이에서 괴로워했다. 그래서 글로 마음을 정리하며 자신을 위로했을 것이다.


 (Google Keep 메모 / 2022년 6월 21일에 수정됨)

 어떤 게 행복일까?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것일까?

 나의 몸은 하던 일, 이미 적응한 일을 계속하는 것을 선호한다. 처음엔 적응이 느리고 실수도 잦지만, 성실함을 발휘하여 업무에 익숙해지고 나면 꽤 빠릿빠릿하게 일을 처리해 낸다. 그렇게 변동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편안해지면서, 남은 에너지를 업무 발전과 효율화에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 일을 하면서 행복하진 않아도 스트레스 없이 안정적으로 시간은 지나가고, 퇴근 후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하며 즐기는 삶을 추구한다.

 머리는 다르게 말한다. 무엇이든 도전해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라 한다. 어떤 것이든 실패하더라도 해봐야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목표가 명확하고, 그것을 해내고 싶어 하며,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 달성 계획을 세우지 않고는 못 배긴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패가 두렵다. 그래서 도전에 매우 보수적이다. 막상 도전하면 최선을 다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책하며 우울이라는 변명을 만들어낸다. 우울은 그만하고 살던 대로 살자고 귀에 속삭인다.

 그래도 끝까지 해낸 것들이 있다. 생각보다 잘 본 수능으로 간 인서울 대학과 교정직 합격. 대학교는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교정직 합격을 통해서는 최소한의 경제력을 얻어냈다. 경제적 자유까지는 힘들겠지만, 경제적 독립으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편안한 삶에서 멈췄다면 느끼지 못할 행복을 느끼고 있다.

 글을 쓰면서 깨닫게 되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다. 그래서 안정적인 지금의 삶에 머무를 수 없다. 저질러야 한다. 당장 계획한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해서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자.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로 인한 분노와 우울이 나를 괴롭히더라도, 가진 잠재력을 믿고 어떤 제한선도 두지 말자. 겸손은 집어치우고, 주변 사람들의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그렇게 버텨내며 나아가되, 너무 멀리 보지 말자. 주어진 오늘을 살고, 죽자.


 각오 한번 비장했다. 오늘을 살고 죽자니. 그만큼 단호한 결심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도파민에 절인 몸을 이기기란 그만큼 어려웠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웠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쳐도 계속 벽에 머리를 박는 우물 안에서, 때로는 눈물로 이불을 적시고, 때로는 주먹으로 가구를 부수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상황상 안 될 걸 알면서도 일단 지원했는데, 심리치료팀 명단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2년간 팀에서 정말 재밌게 일했고, 군대에 가기 전 회식 자리에서 팀장님을 포함한 팀원들이 몰래 돈을 모아 '지샥' 시계를 선물로 주다. 아직 글쓰기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신청했는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가진 순수한 감정과 생각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을 만들고자 '아름세계'라는 월간지를 만들었고, 이제는 작가라는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해서 일단 연습 삼아 지원했는데, 공군 상담 장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힘들었던 훈련을 무사히 완주했고, 매년 3,000명가량의 병사들을 상담사로서 만날 예정이다. 온갖 축복과 행운이 흐르는 축제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기분 좋은 취기가 오르고, 축제에 함께해준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하늘의 별도 따다 줄 수 있을 만큼 심장이 뜨거워진다.


 그러나 이번 아름세계 2025년 1월호를 시작하며 말했듯이, 나는 또다시 출발점에 서 있다. 직업, 환경, 사람, 모든 것이 새롭다. 3년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계획한 여러 도전을 또 해낼 수 있을지 두렵고 불안하다. 그러니 말뿐인 각오라도 비장하게 해본다.


 "주어진 오늘을 살고, 죽자."


 언젠가 이 글 또한 시간 속에 잃어버리겠지만,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비추는 바다 위 선상 파티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실 때 다시 만나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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