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랑 May 20. 2022

촬영기법과 화법의 변주로 영화사의 한 획을 긋다

영화 <현기증> 리뷰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감독은 누구일까요? 영화 <대부 시리즈>를 만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부터 마틴 스코세이지,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빗 핀처,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다양한 감독이 거론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름이 절대 빠져선 안되겠죠. 히치콕은 스릴러 영화의 절대자라고 할 수 있을 위치에 있는 감독으로서 다양한 영화들에서 수많은 혁신을 이뤄낸 최고의 감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할 영화 <현기증>은 제가 생각하는 히치콕 최고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줌 아웃-트랙 인 기법추리에서 서스펜스로의 전환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줌 아웃-트랙 인 기법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어디선가 한번쯤은 봤을 기법, 그리고 상당히 신기하다고 여겼을 기법인 줌 아웃(인)-트랙 인(아웃) 기법은 히치콕 감독이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던 와중 바닥이 가까워졌다 멀어졌다하는 현상을 겪은 후 개발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영화 <성난 황소>에서의 줌 아웃-트랙 인 기법 사용

 이러한 줌 아웃 트랙 인 기법 같은 경우 카메라의 광각 줌을 아웃시키며 주변의 많은 사물을 비추는 동시에 카메라의 물리적인 거리를 피사체를 향해 이동시키며 완성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실제 우리의 눈을 통해 물리적으로 볼 수 없는 형상을 나타내는 촬영 기법이지만, 언젠가 겪어본듯한 압박감, 현기증, 위압감을 나타내는데에는 상당히 탁월한 화면의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줌 아웃-트랙 인 기법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볼 때 나타나게 됩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아래를 보며 느낄 법한 점을 나타내는 해당 장면의 구성은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야기함과 동시에 살고자하는 원초적이고 강한 본성을 유도합니다. 해당 관점에서 줌 아웃-트랙 인 기법은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을 유발해내어 주인공인 존의 입장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2. 추리에서 서스펜스로의 전환

 영화 <현기증>은 주인공 존이 사랑했던 여인인 매들린과 똑같이 생긴 여인 주디의 등장이 주된 스토리 구성 요소입니다. 해당 요소에 대해 원작에서는 과연 주디와 매들린 사이에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매들린에게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 주디라는 이름으로 살게 된 것은 아닌가와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를 중심으로 추리와 미스터리를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영화 <현기증>에서는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방식을 사용하여 새로운 매력을 탄생시켰습니다.


 원작에서는 주디가 매들린과 동일 인물이라는 점을 최후반부에 독자에게 알려주어 극의 중후반부를 미스터리와 추리의 측면의 요소로 장식합니다. 반면에 영화 <현기증>에서는 극의 중후반부에 주디가 매들린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것임을 밝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서 극의 중후반부에 미스터리적 측면은 모두 해결이 되어버립니다. 허나 그 선택으로 인해 이 영화는 서스펜스적 측면을 한층 강조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극에서 주디와 매들린이 동일인물이라는 점을 이제 모든 관객들이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존은 알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런 상황에서 주디의 정체에 접근해가는 상황과 허상에 사로잡혀 파국으로 치닫는 존의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서스펜스에 빠지게 됩니다. 정보의 차단에서 매력이 오던 원작에서 정보를 부분적으로 공개하여 서스펜스를 극도로 끌어올린 선택은 정말 탁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한 사랑

 영화 <현기증>이 다루고 있는 사랑의 방식은 참 신기하고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주인공인 존은 매들린이라는 여인을 사랑합니다. 매들린이 투신한 것을 본 이후 상실감에 쌓여있던 존은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주디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매들린과 비슷하게 행동할것을 요구합니다. 사실 존이 사랑한 매들린은 주디가 존을 속이기 위해 연기한 인물이었지만, 존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디에게서 매들린의 모습을 요구합니다.


 이처럼 존이 사랑하던 대상은 실존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매들린이라는 여인을 사랑했지만, 사실 그녀는 매들린이 아니었고, 존은 진짜 매들린이 죽는 장면을 제외하고 그녀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가 사랑한 매들린은 사실 주디었지만 정작 그는 주디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디는 엄청난 혼란감을 겪으면서 매들린이 아닌 주디로 인정받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혼란과 감정은 몇몇 스타 배우들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표적 인물로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는 <우먼 인 블랙>, <나우 유 씨미 2>와 같은 영화들에 지속적으로 출연하고 다양한 캐릭터 변신을 시도했지만 대중들에게 그는 그저 해리포터로만 기억되었습니다. 그는 해리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여전히 다니엘이 아닌 해리로서 기억한다는 점에서 씁쓸하게도 <현기증>을 보면서 그가 연상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활용되는 촬영기법과 서스펜스의 활용 그리고 매력적이고도 흥미로운 주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현기증>은 개봉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습니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역대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에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현기증>은 영화를 좋아하시고 히치콕에 관심이 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릴 정도로 좋은 작품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고전의 향취를 담아 그대에게 사랑을 고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