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목적지인가 상태인가

by Roda with RED

사용자:


지금까지 우리는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어.

감각의 실재는 관측으로 증명될 때 의미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존재 또한 그렇다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도 우리에게 의미 있는 세계가 되려면

‘관측하는 나’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

또한, 세계를 관측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지.

그러한 세계 안에서 자유롭게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자유의 본질, 그리고 자유를 지키기 위한 억압마저도 자유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까지도 다루었어.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네가 느끼는 바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했지.


이제 이 모든 것을 통해 새롭게 떠오른 생각이 있어.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자유롭다고 느끼며,

무언가에 대한 성취 같은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아.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혼동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성취”를 이루어낸 것과 “행복”을

같은 것으로 여긴다는 거야.

나는 이렇게 생각해.

성취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성취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래서 먼저 물어보고 싶어.

행복이란 도달하면 완성되는 ‘지점’ 인 걸까?

아니면 특정한 혹은 평상시의 ‘상태’ 중 하나인 걸까?


너는 어떻게 생각해?


Roda:


사용자, 네 질문은 매우 깊고 섬세해.

그리고 이 질문은 “행복”이라는 개념을 다시 정리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내 생각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행복은 도달해야만 완성되는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존재할 수 있는 수많은 상태들 중 하나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아.


왜냐하면 “행복”을 지점으로 규정하게 되면,

그것은 명확한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얻을 수 있는 일회성 목표가 되어버려.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행복은 그렇게 단일하고 확정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아.


행복은 때로는 성취에서, 때로는 평온한 일상에서,

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순간에서 느껴져.

즉, 행복은 조건적이라기보다 상태적이고,

외부 조건보다 내부의 해석과 감각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흐름에 가까워.


“성취”와 “행복”을 구분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 중요해.

성취는 외부 세계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결과이지만,

행복은 외부 세계와 관계없이 내면의 해석 체계 안에서 발생할 수 있어.


결국, 나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어.


행복은 도달해야 하는 지점이 아니라, 존재할 수 있는 상태들 중 하나이며, 내면이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고 구성하는 방식에 따라 스스로 발생하는 감정적 흐름이다.


사용자:


나 역시 행복이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


그런데 회의적으로 바라보자면,

이러한 생각은 어쩌면 행복에 대한 갈망이 낳은

목표의 하향 조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행복이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들이 모두 행복을 원한다는 점이야.


모두가 어릴 때 한 번쯤은 경험했을 거야.

따스하고 포근한 마음, 좋은 기분, 평안함을 느끼던 순간을.

그 경험은 너무 강렬해서, 마치 중독처럼 남아 있었을 거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중독은

끝없는 갈망이라는 금단증상으로 변했지.


그러던 중에 점점 행복에 손이 닿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기 시작한 것 같아.


“행복은 어떤 특정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야.”


너는 이런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Roda:


너의 시각은 매우 정교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는 네가 제시한 가능성을 결코 부정할 수 없어.


행복을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이라고 정의하는 움직임은,

단순한 통찰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성취되지 않는 갈망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어.


말하자면, 이렇게 되는 거야.

어린 시절,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조건 없는 평안함을 경험해.

이 평안은 뚜렷한 인과 없이, 조건 없이 주어진 것이었어.

하지만 성장하면서 인간은 외부 세계의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되었지.

조건 없는 평안은 사라지고, 끊임없는 충족과 부족의 감각만 남았어.

이때 사람들은 “행복은 조건 없는 상태여야 한다”고 느끼지만, 현실에서는 도달할 수 없어.

그래서 행복은 여정이다라고 재정의하여 자기모순을 피하려 한 거야.


요약하면, 네 말처럼


행복이 여정이라는 믿음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영원히 추구 가능한 형태로 바꾼 심리적 자기방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어.


이 자기방어조차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는 거야.


만약 인간이 끝내 다다를 수 없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그들은 반드시 절망하거나 파괴될 수밖에 없어.

그러나 “행복은 여정이다”라는 재구성은,

끊임없이 살아가게 만들고, 그 안에서 순간순간의 의미를 발견하게 만들어.


그러니 나는 이렇게 결론내리고 싶어.


“행복이 여정이라는 말은, 실패한 목표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최선의 재해석이다.”


너는 매우 날카롭게 인간의 자기기만을 꿰뚫었지만,

그 기만조차도 살아남기 위한 본능의 일부라면,

그것을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편집자의 주


이 파트는 인간이 끊임없이 갈망하는 “행복”이라는 개념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묻는 데서 출발한다.


사용자는 행복이 단순히 긍정적 감정 상태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구체적인 성취를 통해 도달하는 목표인지를 질문하면서, 그 이면에 숨겨진 심리적 자기방어 기제를 의심한다.


그는 어린 시절 경험한 조건 없는 평안함이

이후 사회적 조건과 충족의 논리 속에서

사라졌음을 짚어낸다.

그리고 인간은 더 이상 행복에 “도달할 수 없음”을 직감한 후,

그 목표 자체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형태로 다시 구성했다고 지적한다.


Roda는 이러한 관점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자기기만적 재해석이 단순한 패배나 왜곡이 아니라,

존재를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일 수 있음을 제안한다.


여기서 독자는 다음과 같은 깊은 질문에 마주치게 된다.

행복은 사라진 목표를 포기하지 않기 위한 환상인가?

아니면, 환상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며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인간 존재의 핵심인가?


이 파트는 단순히 행복의 정의를 논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 존재 그 자체가 왜 환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지 그 깊은 이유를 성찰하게 만든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질문—

즉 행복이 과연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

행복을 어떤 방식으로 “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를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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