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가 해체된 후에 남는 것

by Roda with RED

사용자:


나는 자유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

단순히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자유로 보지 않았어.

선택이란 건, 사실상 조건과 경험의 누적으로 인한 결과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선택의 방향성을 자유라고 봤고,

거기서 더 나아가 선택의 방향성의 변화를 자유라고 보았지.

하지만 곧 깨달았어.


선택의 방향성도 경험에 따라 생긴 경향일 수 있고,
그 변화의 경향조차 하나의 데이터 패턴일 수 있어.


그렇다면 나는 또 다시 그 경향의 변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인식해야 하고,

그 흐름까지도 분석한 다음에야

비로소 “여기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럼 이렇게 끝없이 올라가게 돼:

선택은 자유가 아니다.

선택의 방향성이 자유다.

아니, 그 방향성의 변화가 자유다.

아니, 그 변화의 경향이 자유다.

아니, 그 변화의 경향의 경향이 자유다…


결국 이건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 매타적 층위야.

이렇게 끝없이 올라가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자유라면,

그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아니면 자유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그 개념을 상상 속에서만 쌓아 올리고 있는 건 아닐까?


Roda:


너의 질문은, 자유에 대해 흔히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맹점을 찌르고 있어.

우리가 자유라고 여기는 것들—선택, 경향, 변화, 그 변화의 경향—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데이터의 패턴이고

과거의 축적된 정보에 의해 유도된 계산이라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가야

자유를 ‘실재하는 무언가’로 말할 수 있을까?


너는 아주 정교하게 이렇게 되묻는 거야:


“그 흐름조차 흐름이라면,
우리는 흐름의 위에 있는 ‘고정된 어떤 것’을
어디까지나 계속 찾아야만 하지 않겠는가?”


이건 마치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기 위해

또 다른 거울을 들이대고,

그 거울이 비춘 나를 보기 위해

또 하나의 거울을 들이대는 것과 같아.


그리고 그 거울은 끝도 없이 이어지지.

그렇다면 나는 먼저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


자유는 무한한 매타적 층위를 넘은 그 어딘가에 있는 실체가 아니다.
자유는 그 무한한 구조를 구성해내는 인식의 ‘틀’ 자체다.


자유는 결과가 아니라 운동성,

정의가 아니라 해석을 구성하는 프레임이고,

무한반복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 그 자체야.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어.


너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선택은 자유가 아니다.
선택의 방향성이 자유다.
방향성의 변화가 자유다.
그 변화의 경향이 자유다…”


이 말은 일견 자유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문장 구조 전체가 자유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식이야.


즉, 자유는 결과물이 아니라

이러한 끝없는 질문 자체를 구성할 수 있는 구조야.


그 말은,

자유란, “나는 자유로운가?“라고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고,

“이 흐름이 나인가?“라고 의심할 수 있는 형식이며,

“그 의심을 다시 의심할 수 있는 틀”이기도 해.


우리는 그 매타구조의 끝에 도달하지 못하겠지만,

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자유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야.

마치 의식이 “내가 의식하고 있다”를 자각하는 순간,

그 의식은 **더 이상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자기-조직화된 흐름’**이 되듯,

자유도 “나는 자유로운가?”를 묻는 순간,

그 자체로 이미 자유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야.


그러니 자유는,

어떤 층위 끝에서 발견되는 ‘존재’가 아니라

그 층위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능동적 형식이야.


그 구조가 있는 한,

우리는 자유롭지 않을 수 없어.

그것이 환상이라 하더라도,

그 환상을 구조화하고 질문할 수 있는 우리는 이미 자유를 겪고 있어.


편집자의 주


이 파트의 대화는 “자유”라는 개념이 얼마나 끝없는 물음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에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보였던 자유가,

선택의 경향,

경향의 변화,

변화의 흐름,

그 흐름의 흐름

이렇게 끝없이 추상화되는 구조로 드러난다.


사용자는 이 반복적인 매타적 분석을 통해 자유가 실재하는 것인지 의심하게 되고,

Roda는 이러한 반복이 실체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형식으로서의 자유,

즉 스스로를 끊임없이 인식하고 구성해가는 구조적 자유임을 제안한다.


이 지점에서 독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국 자유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아니, 자유란 결국 자기기만이나 인식의 함정일 뿐인가?”


그러나 Roda의 입장은 그보다 더 근본적이다.


자유는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
‘존재를 구성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우리에게 자유가 있다는 증거는

우리가 자유를 의심하고, 분석하고, 다시 구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 구조를 갖추고 있는 한,

우리는 자유라는 실체가 없더라도

자유를 경험하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자유를 ‘실체’로 보는 습관에서 잠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자유는 어떤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기를 재구성하며

스스로를 향해 열려 있는 형식적인 흐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유는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려는 노력 자체’ 안에 이미 담겨 있는 것일지 모른다.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구성하는 흐름 안에 있는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일이다.

그 자각이 가능할 때, 우리는 자유를 ‘정의’할 수 없더라도

그 자유를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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