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스트 브라더

유령이 된 형에 대한 이야기

by 별사탕



고스트라이더4.jpg


Heisz Insu Fenkl은 1960-70년대까지 주한 미군으로 근무한 독일계 미국인 아버지와 양공주로 부평 신촌 언저리에 살았던 어머니 사이에서 1960년 부평에서 태어나 열 네 살이 될 때까지 부평, 용산, 의정부를 오가며 미군 자신이 겪은 부대 주변의 유년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여 장편 소설을 출간했다. 등장인물 지명 등은 허구적으로 지어냈다고 표지 뒷장에 쓰고 있지만, 자전적 소설이라고 그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치의 허구성을 오늘날 독자들은 믿지 않는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각종매체에 발표한 5편의 이야기에 세편을 더하여 총 일곱 편을 구성하여, 1996년 펭귄 북스의 듀톤 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편 묶음이 아니다. 전체가 주인공 인수의 성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장편 성장소설이다.


국내 번역은 2005년 문상화(광주대 외국어학부)가 했다. 현재 절판되어 구입할 수 없다.


먼저 영문판을 읽고 번역에 들어갔다. 영어문장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그걸 한글로 옮겼을 때 생경한 문자이 된다는 것은 번역자의 공통된 경험일 것이다. 의미의 왜곡이 생기고,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이 되는 것은 초보 번역자의 오류로 남는다. 사실과 다른 번역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본을 다시 읽었다. 그래도 언어 교체에서 오는 어색함은 곳곳에 드러나고, 심지어 다른 해석의 여지도 남겨 주고 있어 이 책을 한국의 사정과 현실에 맞게 한국어로 다시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다. 즉, 한국문학으로 재탄생시켜야 할 이야기 책이다.


우선, 이 책은 아주 슬픈 이야기다. 60년대와 70년대를 관통하면서 이 땅의 혼혈아들이 겪어야 할 부모, 친구, 자신들의 이야기가 유년기의 맑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나가며 길을 모색하는 어른들, 그런 상황에 끼어 어른이 되어 가는 아이들, 그들의 삶을 외면한다면, 우리 근대사의 1/4을 없애 버리는 것과 같다. 하나는 남이고 하나는 북이며, 하나는 해외 이민자들로 대변되는 동포들의 삶, 마지막이 이도 저도 아닌 혼혈의 삶이 있다. 특히 혼혈의 삶은 혼혈 디아스포라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인 교집합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조명되어야한다.


작가, Fenkl 자신이 미국계 아시아문학 전공자이자 교수라는 점은 전공뿐 아니라, 그 자신이 혼혈 디아스포라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도 유의미한 인물이 될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 한국문학'의 필연성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작품과 활동은 충분히 조명 받아야 한다.


두번째, 근대의 복원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잃어버린 역사의 복원이며, 한국사회가 되찾아야 할 정체성 정립의 문제와 관련된다. 역사는 과거를 밝혀 내는 일을 필연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가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이 소설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변질되지 않은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그것은 Fenkl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아시아 구비문학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영어로 쓰고 외국에서 출판된 문학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소설은 영문학에 속할 것이나, 작가의 고향과 작품의 내용 등은 한국을 떠나서 설명할 수 없다. 한국인의 정서와 사상을 표현한 '한국문학'인 것이다.


전후석의 헤로니모에서 촉발된 국내의 디아스포라 선풍은 이민진의 '파친코',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과 같은 디아스포라 문학에 초점이 맞추어지면서 이제는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를 한국문학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런 혼혈들이 쓴 이야기들이 몇 편 더 있다. 그들의 작품들을 모아 읽고 정리해 보려고 한다. 결과물이 어떤 것으로 나오든 그것은 순전히 내 몫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