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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노란 손수건

삼포에서 홋카이도까지

by 별사탕



감독 야마다 요지

각본 야마다 요지 아사마 요시타카

출연 다카쿠라 겐 다케다 데쓰야 모모이 가오리 바이쇼 치에코

음악 사토 마사루

제작사 쇼치쿠

배급사 쇼치쿠

개봉일 1977년 10월 1일

시간 108분

수상 제1회 일본 아카데미상(1978)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는 73년 히트한 토니 올랜도와 던의 노래이다. 사실 노란 리본 이미지는 영국의 청교도혁명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 당시 피아의 식별표식으로 사용되었고, 이것이 미국의 남북전쟁에까지 건너와 기병대에 나간 남편의 부인이 남편에 대한 자신의 헌신을 표시하기 위한 징표로 노란 리본을 단 것으로 계승된다. 이후 1959년 법학자 커티스 보크가 쓴 'Star Wormwood'라는 책에서 기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가려던 출소자가 기찻길 옆 사과나무에 하연 리본을 달아 놓으면 자신이 내려 가족에게로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를 교도소장에게서 들었다고 쓰고 있다.

이런저런 미국의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71년 피트 헤밀(Pete Hamill)이 뉴욕 포스트에 신문 칼럼 'Going Home'을 썼고 다시 이 이야기는 1972년 미국 ABC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걸 다시 야마다 요지(山田 洋次) 감독이 받아 1977년에 '행복의 노란 손수건'이라는 제목을 붙여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되는 긴 배경이다. 결국, 한국의 팬들에겐 팝송을 배경 스토리로 가진, 전설 같은 격의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행복의 노란 손수건’은 스토리보다 70년대 감성을 경험할 수 있는 영화로 기억할 만하다. 우선, 70년대의 카메라 무빙과 전형적인 촬영방식들을 확인할 수 있다. 빈 곳에 카메라를 대기시켜 놓고 배우의 연기를 기다리게 한다든지, 클로즈업이나 줌 아웃이 갑자기 인아웃 된다든지 하는 요소들은 70년대를 회상케 한다. 특히 깃발이 펄럭거리는 모습이 줌인되면서 엔딩 처리되는 장면은 극의 주제를 극대화시킨다는 측면에서 선전영화의 전형적 엔딩처리방식이다. 그런 카메라 촬영 기법면에서 이 영화는 올드하며, 클래식하다.


지금의 시점에서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유는 기시감때문이다.

황석영이 삼포 가는 길을 쓴 때는 1973년이었다. 71년 해밀의 이야기와 77년 요지의 영화 사이에 황석영이 끼어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삼포 가는 길'의 캐릭터와 스토리 구조가 '행복의 노란 손수건'과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일단 여로소설이란 점과 로드무비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낯선 자들이 어떤 이유로 만나 동행이 이루어지고 각자의 의미와 목적을 달성한 후 그들은 쓸쓸하게 헤어진다는 구조. 캐릭터의 구성 또한 여자 1명에 남자 2명, 그중 한 명은 감옥에서 출소한 자이며, 나머지 두 명은 애정을 바탕으로 한 남녀관계의 미묘한 흐름 속에 있다는 점에서 이 두 작품은 완전히 일치하는 캐릭터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일본과 한국 미국의 정치 사회적 상황의 차이에서 오는 주제의 차별성을 지적할 수 있다. 황석영이 말하고자 한 바는 70년대 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한 고향상실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한다면, 요지는 길 잃은 젊은 세대와 부적응한 기성세대에 대한 도덕적 훈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한일의 스토리는 미국의 교도소장 후일담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해 소스를 빌려다 쓴 요지가 황석영의 스토리를 가져다 쓴 것일 가능성이 짙다. 주인공 출소자 1인을 중심으로 남녀 한 쌍을 부연하여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모방한 자의 응용이 드러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보크의 스토리를 가지고 삼포 스토리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그 간극이 너무나 크다.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삼포에서 요지의 '노란 손수건'으로의 연결은 너무도 쉽게 이어진다. 장르가 다를 뿐 충분히 패러디 가능한 수준을 넘어 그대로 베꼈다는 인상이 짙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건 인간의 존재방식이며 인간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개체가 존재하는 이유와 그 방식은 물론 개별적이다. 또한 생존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이 가진 이런 무의식적 행위들이 집단으로 넘어가면, 서사가 된다. 의식이 되고 주의가 되고 시간 속에서는 역사가 된다. 그래서 남이 남의 것을 베끼고 그걸 우리가 다시 베껴서 활용하면 경제가 성장하고 일시적으로 의식 수준도 따라서 올라간다. 우리의 물질과 정신이 동반 성장한다. 그걸 하는 말로 시너지 효과라고 한다. 우리끼리일 때 그렇다는 얘기다. 남이 우리 걸 가져다 쓰면서 말도 안 하고, 자기네들 의식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걸, 시간이 한참이나 흐른 후에 발견한다면, 당연히 감사의 인사를 저들로부터 들어야 할 일이다. 그런 걸 안 하면, 싸가지 없다고 말하고, 준 것 없이 밉게 된다. 그래서 피차일반이다. 샘샘...


-줄거리를 요약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이미 노래와 배경 설화와 삼포 가는 길을 통해 그 근간을 우린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와 울림을 준다. 그래서 정씨 영달 백화의 일본판 등장인물인 유짱 킨 아케미는 애정어린 인물들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70년대적 감성은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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