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주, 정은문고, 2024
진보초(진보거리)는 도쿄의 간다에 있는 헌책방 거리의 이름이다. 에도시대부터 조성된 헌책방거리다. 청계천 8가에 있었던 헌책방거리가 6.25전쟁이후 생겨나기 시작해서 지금은 유명무실 사라져 동대문 근처에 10여 점포가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인 것에 비하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수구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인들의 전통 혹은 가업에 대한 유지 보수는 대단하다.
진보초에 있는 유명 헌책방들을 돌며 주인들을 인터뷰하고 저자의 탐방인상을 적은 글을 모은 책이다.
간다역에서 내려,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passage by all review라는 개점한지 얼마 안 되는 서점이 있다.
이 서점의 특징은
1. 품절도서 재발행 프로젝트 실행
2. 출판사 작가 서가 운영(책장 한 칸을 출판사 혹은 개인에게 대여)
3. 3층에 2호점을 열어 카페 영업(장시간 앉아 있을 손님은 1일 패스권-프리드링크- 판매)
4. 예술가가 제작한 굿즈 판매
5. 도쿄와 지방서점 중개, 책과 사람 연결
이 서점의 주인은 메이지대학의 가시마 시게루 교수로 평론(서평) 아카이브 사이트를 운영했다. 대중 매체에 발표된 모든 서평을 한 데 모아 놓은 all reviews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톼임하면서 소장한 책들을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한 결과가 바로 이 서점이다. 실제 운영은 그의 아들이 하고 있다.
그러니 여섯번째 특징이 하이라이트, 6. 아카이브 서평 사이트 운영이다.
야스쿠니거리는 진보초의 메인 스트리트이다. 진보초역 6번출구에서 걸어서 1분거리에 간다 고서센터 건물이 있다. 거기에 다카야마 서점과 도미우리 서방이 있다. 다카야마 서점은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진보초의 대표 고서점이다. 입구에 ‘창업명치8년 書肆다타야마혼젠’이라고 써 있다. 書籍放肆를 줄인 말이 書肆사. 책사와 같은 말이다. 유명 작가들이 자료를 찾기 위해 서점 순례를 할 정도로 고서점가는 성업을 했으나 인터넷이 이들의 발길을 뜸하게 했고, 세상은 변했다.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한다고 말한다. 타카야마대표는 과감하게 서점 한쪽에 요리 전문서 코너를 마련했다.
인터넷은 헌책을 사러가는 길을 막기도 했지만, 인터넷판매의 장을 열어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진보초에 서점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월세가 싼 쪽으로 서점들이 더 많이 개점하여 현재 130여개의 서점이 영업중이다. 이들이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상인전체가 협력해 나간다. 간다 고서축제, 진보초 북페스티벌 등 한 해 여러 번의 축제를 통해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신센도 서점은 지도 전문, 도리우미서방은 도감을 전문으로 하는 서점이다. 본초도감이라는 1828년 만들어진 96권으로 된 방대한 조선의 식물도감도 여기에 있다. 일본의 지도가 아기자기하게 색색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한 내용을 보면서, 조선의 본초도감 역시 컬러풀하게 채색된 책이라는 것을 알 수있다.
오사카에 있는 일본 국립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1층에는 채색되어 있는 각종 목각인형(장군들의 형상)들이 유리관 속에 진열되어 있고, 2층에는 사무라이들의 칼과 갑옷들 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안내자가 1층의 국보들은 모두 조선에서 약탈해 온 것들이라고 말한다. 순간 뒤통수를 맞은 듯 자각했다. 왜 우리의 역사 유물들은 모두 흑백 사진처럼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일까, 특히 책은 한지와 먹 흰색과 검은 색 두 색 뿐이었던 걸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이 아닌가. 이것은 유학이 가진 독특한 가치관 때문인 듯하다.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이 바닷생물을 그림으로 그려 책에 실으려 했으나 동생 적약용이 그림은 정확하지 않으니 글로만 쓰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자산어보에는 삽화가 없다. 오늘날과의 가치관과도 배치되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세속의 믿음에도 배치된다. 이렇듯, 유학자들의 사고에 그림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집필되었던 각종 도서에 삽화나 색채가 제외된 배경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본토도감과 같은 책, 일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채색인형들을 통해 실제의 생활은 정약용이 생각한 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에게도 찬란한 색채의 문화가 있었던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 그 컬러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 역시 약탈과 수탈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진보초 서점들은 모두 홈페이지가 있고, sns계정을 운영하며, 저녁 7시가 되면 일제히 폐점한다.
서점 운영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본진보초 투어를 모객하면 손들어볼텐데… 이책 저자를 강사로 초빙하면 오.. 금상첨화!
그런데, 헌책도 팔고 출판도 하고, 영화도 상영하고 음악감상도 하고 한달에 한번 강연도 하면서, 술도팔고 음식도 팔려면 일반 음식점 허가 하나로 가능할까? 세무서에 물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