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계가 사람들 앞에 등장하는 사회적 현상은, 인간이 지금 현재로선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컴퓨터, 인터넷, 복제생물, AI 이런 것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도구 혹은 대상들이다. 이런 사고는 일종의 운명론에 가깝다. 거대한 하나의 흐름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 예를 들면 AI로봇이 뉴욕에서 월 70만 원의 구독 가사도우미로 서비스될 것이라는 소식은 앞으로 이들 로봇이 양산될 것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밀화되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분야로 확장 사용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하는 기계 팔은 생각하지 않는 기계 로봇이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사용되는 로봇 팔 역시 정밀을 요하는 지점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도구로서의 인공 로봇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가사도우미 로봇의 경우는 다르다. 이것은 마치 꽃잎에 망울져 있는 이슬과 같다. 뱀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처럼, 부작용도 분명 있겠지만, 화성에 가서 생활하는 로봇, 금성에 가서 생활하는 로봇의 경우는 인간을 대체하여 삶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AI끼리의 전쟁도 가능하다. 그 와중에 영화처럼 AI가 인간을 멸절시킬 수 있다는 상상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특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질적 변화를 겪는 포인트. 이전과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지점. 나는 그 지점은 이미 발생했다고 본다. 그것이 가사 AI의 등장이다. 무엇이 무엇을 대체한다는 것은, 시공을 완전히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개체에 의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재생산이 가능한 시스템 속에 있게 된다. 인간도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도 재생산 시스템 때문이다.
이제 AI는 재생산 시스템 속에 들어섰으며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체품들은 우열을 가려 생산된다. 이제 우리는 또 하나의 특이점을 기다려야 한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대체를 넘어 우월한 종이 다른 종을 지배한다는 것은 진화의 역사를 통해서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며 현상이다.
인간보다 우언한 종과 공존 혹은 지배받는다면 무엇이 가능해지는가. 식량이 필요 없고, 물과 공기 역시 필요 없다. 즉, 생물의 생존 환경이 불필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며, 생명현상과 기계의 삶은 무관한 것으로 전혀 다른 세상을 예고한다. 인식의 주체는 쉽게 네트워크로 묶이며, 집단지성이라고 하는 인간의 고차원적 의사결정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AI가 쉽게 결정을 내릴 것이다.
만약에 공존의 시대가 온다면, 인간은 무한하게 공간을 확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며 더 이상 재생산의 시스템은 가동시킬 필요가 없을 것이다. 철저한 계산에 의해 인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가동될 것이며 인간이 지고 있는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여성이 가사노동으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출산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며, 죽을 때까지 노동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신화도 종말을 고해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 틀림없다. 영화적 가상현실이 현실이 될 것이다. 인간끼리의 우열도 없어질 것이다. 현실보다 가상현실에서 더 많은 쾌락의 세계가 펼쳐질 것이며 영화 미러(mirror) 같은 세상이 실제로 벌어질 것이다. 신인류라는 대면 없는 인간관계가 시작될 것이며, 모든 세균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을 유지하며 무한한 쾌락과 안락, 더 이상 필요 없는 평화를 맛보게 될 것이다. 물질의 세계는 그것들이 만들어진 원래의 상태와 운동법칙에 충실하게 될 것이며, 모든 것은 하나의 소실점을 향해 충실히 나아갈 것이다.
인류는 우주가 만들어 놓은 이 운동의 법칙 속에 들어가 하나의 방향을 향해 진행한다. 거대한 우주 전함이 이 검은 우주의 암흑물질 위를 떠다니며 어디론가 가고 있다고 착각하겠지만 결국은 하나의 지점으로 모두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진행방향이 불가역적이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된 인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린 지점에 와 있다.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 AI. 답을 얻어낸 Al가 그때부터 인간을 지배할 것이다. 인간을 멸종시킨 기계는 전우주에 펼쳐진 생명현상을 불필요한 모델로 지정한다. 그들에게 생명이란 단지 에너지원을 제공해주는 기계식스템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생명뿐 아니라 생명이 가진 관념도 삭제해 버렸다. 이렇게 인간의 정신 세계가 소멸되자 우주는 다시 순수한 물질의 세계로 돌아간다.
소설도 쓰고 있다는 서울대학교 AI연구원 박사의 강의를 요약하면서, 신학이 과학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일주일에 한번 주최하는 인문학 강의가 있는 수요일 밤, 대여섯 명의 수강생들만 남은 자리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모두가 돌아간 자리를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S.CHang의 밤은 고즈넉하고 차분하다. 지하라 음기가 서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불을 끄고 퇴근을 해야 할지, 간이 침대에서 눈을 붙여야 할지 결정해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