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문학의 기능
장르 드라마, 전기, 시대극, 로맨스, 가족
감독 클로이 자오
원작 매기 오패럴 - 소설 《햄넷》
제작 스티븐 스필버그 외
주연 제시 버클리 (아녜스 역) 폴 메스칼 (윌리엄 역) 에밀리 왓슨 (윌리엄의 어머니 역) 조 앨윈(아녜스의 오빠 역)
촬영 우카시 잘
미술 피오나 크롬비
음악 막스 리히터
개봉일 2026년 2월 25일
화면비 1.78 : 1
상영 시간 126분 (2시간 5분 38초)
등급 12세이상
문학 작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주제는 이미 고전적 명제가 된 지 오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마을 놈부의 집에 가서 그 집 아이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친다. 그 집의 큰딸은 숲속에 들어가 마녀짓을 한다고 소문이 났지만, 그런 딸에게 윌리엄은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낀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을 하고 혼전 임신을 통해 첫딸을 낳고, 2년 후 이성 쌍생아를 낳게 된다.
쌍둥이 남자아이의 이름을 햄넷으로 지었다. 햄넷과 햄릿은 철자 하나 차이로, 발음도 혼동스러울만큼 유사하다. 그러한 햄넷이 열병으로 죽게 된다.
아녜스는 미래를 보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커다란 자책과 상실로 다가온다. 윌리엄의 미래를 제대로 봤다면, 그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그런 종류란 뜻.
아들 햄넷의 죽음이 가져온 삶의 상실감은 생의 모든 것을 전폐할 만큼 아녜스를 절망 속으로 몰아 넣고 부부의 관계는 깨어지기 직전까지 간다.
윌리엄은 극단활동을 위해 다시 런던에 갔고, 거기서 햄릿을 썼고, 그 무대를 가지고 아녜스에게로 돌아온다.
주변 인물들이 모두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해야만하는 삶의 비정함으로부터 몸서리치며 몸속에 독이 퍼져죽어가는 햄릿의 대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관객 앞 무대에 주저앉아 절망에 빠진 햄릿에게 팔을 뻗는 아녜스, 그리고 그녀 뒤로 뻗어오는 수 많은 관객들의 팔들은, 이 세상의 모든 절망에 함께 하고, 너 혼자만이 그런 상황 속에 있지 않다는 웅변으로 아녜스에게 연결된다. 아녜스는 햄릿에게 연결되고 햄릿은 그때야 비로소 운명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다만 한 자루의 펜 끝에서 나온 희곡일 뿐이다. 행동하고 말하는 그 한 줄의 문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기억은 재연을 낳고, 재연은 공감을 낳고, 공감은 사람들 속에 연대로 자리 잡는다. 일련의 모든 과정을 문학이라는 장치, 혹은 도구가 그렇게 만든다. 문학의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효능을 아무리 말로 설명해 봐야, 이론을 만들기 위한 이론일 뿐이다. 영화가 문학의 문자를 그림으로 보여 준다. 이건 초창기 영화가 연극무대를 그대로 찍어 놓은 것과는 또 다른 작태다.
딱 거기까지, 그게 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