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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탕 Oct 06. 2024

찬란한 나의 복수

비참하고 속절 없는 게 아니고?

감독 임성운

각본 제작 김주경, 조윤진

주연 허준석이영석남보라

촬영 김정욱

음악 최용락

제작사 고래픽처스, 시금치 픽처스

배급사 씨네소파

개봉일 2023년 3월 29일

상영 시간 90분

상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이것 저것 다 각설하고! 이영석의 악마성이 화면을 압도한다. 늘 과묵한 노인 어저씨 역할을 했던 이영석에 대한 재발견!

  이 영화는 기존의 형사물 깡패물과는 다르다. 한국영화 장르를 대표하는 폭력, 깡패, 살인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말하는 바가 다르다. 감독의 철학적 고뇌(고민으로 하자)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점에서 도덕률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을 강조하는 도덕적인 영화라는 점이 약점이 된다.   

    

  갑이 있고 을이 있다. 갑은 압제자이고 을은 피압제자이다. 가해자고 피해자다. 살인자이고, 범죄 피해자의 관계에 놓인 두 사람이 있다.      

  살인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우연이야, 내가 그렇게 하려고 했던 의도가 전혀 없었어. 잘못한 게 없으니까 나는 반성할 것도 없어. 여기서 살인자는 갑이 되어 버린다. 상식, 도덕적으로 말하자면 적반하장인 셈이다. 

  예전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내연관계에 있던 남자가 여자의 남편을 찾아가 아내를 내게 넘기고 이혼해라. 남편은 뭘 잘못해서 그런 조폭으로 부터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와 똑닮은 이야기다. 

    

  단죄가 복수일 것이고, 반성은 도덕적 회오일 것이다.        

  살인피해자의 아버지인  형사 류이재는 그 앞에 나타난 살인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복수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끝내 실패한다. 적극적인 복수도 못 하고, 수동적인 살인도 못한다.  죽은 아들을 대신할 아들을 찾고 떠나간 아내를 대신할 재혼가정을 이룬다. 이것이 찬란한 나의 복수로 귀결되며 영화는 끝난다.


  무엇이 찬란한 것일까, 반어인가? 그러한 상황에 대한 비꼼인가. 살인자의 말이 정말 일 수 있다. 그러더라도 도덕적 반성과 책임은 인간이라면 있어야한다. 가해의 떳떳함이 이 정도면, 세상엔 정의도 도덕도 없는 곳이다. 그런 세상에 우린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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