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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박자 Oct 11. 2023

션에게 쓰는 편지2

2023.09.14.

션아  학교에서 밥은 맛있게 먹고 있니?

엄마는 오늘도 점심(패스하고) 걷기 운동 중이야.


작년 10월부터 살빼려고 시작했는데

중간에 혹서 때문에 루틴이 끊기기도 했고

아직 빼야할 살이 많아서 멀긴 했지만..

그래도 8키로 빼고 근력도 좋아져서

아주 추천할만한 틈새 시간활용 운동인 것 같아.


보통은 빨리 걸으러 나가고 싶어서 아침부터 마음이 부릉부릉대지만, 어떤 때는 그냥 안나가고 가만히 쉬고 싶을 때도 있어.


그게 오늘인 것 같아. 그래도 습관적으로 그냥 나왔긴 하지만.


아침에 항암 1차 입원중이신 분당 할아버지 생각에 간병 중이신 할머니께 전화드려봤어. 그런데 밤새 화장실 들락날락, 구토에 두드러기에, 독한 항암제 부작용으로 잠도 못주무시고 고생하셨다지 뭐야.. 덩달아 할머니도 수발하시랴 못주무시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감히 비할 수는 없겠지만 항암치료 시 구역구토감이 심한 입덧(임신오조증)과 조금 비슷하다는데,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너 가졌을때 엄청 입덧이 심해서 거의 매일 새벽 아빠 잠깨워 산부인과로 달려가서 수액 맞고 아침에 출근하고 그랬었잖아..ㅎㅎ 너도 기억나지? 엄마 뱃속에서 너도 울렁울렁 배(복부)멀미 한거지?ㅎㅎ

암튼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그때 그 괴로움은 정말 잊을 수가 없거든.. 온종일 단 1초도 쉬지 않고 배가 흔들리면서 온 위장을 뒤집어놓는 그 느낌.. 1초쯤은 쉴 틈을 주려나 초시계도 재봤는데 정말 1초도 안되게 계속 괴로움이 밀려왔던 기억이 나.

물도 마시면 올려버리고 위액 끝에 피까지 봤었던 그때. 그래도 이건 끝이 있는 괴로움이니까(출산하면 끝). 하며 돌아가신 네 친할머니의 투병얘기를 떠올리며 견뎠었거든.. 그분은 얼마나 괴로우셨겠냐며..


런데 이번엔 그걸 할아버지가 겪으시네..

정말 마음이 애리고 욱신거린다.


여튼 그래서 오늘은 운동을 가지 말고 멍하니 쉴까 했는데 지금 이제 1시 다 되어가는데 운동 마치고 돌아왔네?ㅎ..ㅎ

이 느낌 참 좋긴 좋아. 운동하고 나서 얼굴이 벌겋게 속열이 오르는 느낌. 지방이 타는 시간 같은? 그런 거ㅎㅎ


분당 할아버지도 탄천따라 용인까지 쭉 걷기를 자주 하셨대. 국토장정처럼 몇박을 걷기도 하시고..

우리 션도 늘 걷기를 많이 하며 체력의 기초를 잘 쌓길 바래. 하긴 요즘 학교에서 아침마다 운동장 걷기 하는 것도 알아서 잘 참여하고 예뻐 정말ㅎㅎ


아까 걷기에 몰두하다 a-ha! 하는 뭔가가 떠올라서 기록겸 너에게 말해줄겸 이리 브런치를 열었는데, 직장에 돌아와 앉으니 날아가 버렸네.


또 생각나면 편지쓸게. 션 조금 이따 하교 잘 하고 할머니랑 하원도 잘 하고 4시10분에 보자. 사랑해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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