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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Jan 05. 2024

회색코트의 할아버지

#8

 오전 9시 15분. 회색의 멋진 코트를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들어오셔서 나와 같은 메뉴를 주문하시고는 카운터 앞 테이블에 앉아 신문을 읽기 시작하셨다. 이른 아침부터 왜 나오셨을까? 스마트폰을 하지 않으시고 신문을 읽으시네? 주문한 시나몬롤과 커피를 천천히 다 드시고는 방긋 웃으시고 자리를 떠났다. 10시. 유모차 밀며 키가 크고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유모차에 타고 있는 아이는 아직 많이 어려보였다. 그는 따뜻한 라떼와 역시 시나몬롤을 주문하고는 좀 전에 할아버지가 앉아 계셨던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외국의 아기들은 마치 인형처럼 생겼다. 잠에서 깬 아이가 보채지도 않고 방긋방긋 연실 웃고 있다. 그 젊은 남자도 기분이 좋은지 아이에게 크게 웃어 보인다. 그는 주문한 음식을 미처 다 먹지 못한채 포장해서는 문을 나섰다. 여전히 검은 눈동자의 그녀는 바삐 움직였다. 연신 빵을 구워 내어 왔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을 반복해서 읽으며 책을 읽는 척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 오는 손님들을 보기도 했다. 다음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나는 같은 시간에 ”반달”에 가서 같은 메뉴를 주문하고 같은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늘 같은 시간에 회색코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같은 메뉴를 주문하시고는 신문을 읽고 가셨다. 할아버지의 신문이 바뀌는 동안에도 내가 읽으려고 늘 들고 다니는 소설책의 책장은 많이 넘어가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검은 눈동자의 그녀가 내가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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