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기에 살고 계신 거예요? 이동네로 이사 오셨나요?”
”아니요. 휴가 온 거예요.”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저 한국이요. 서울에서 왔어요.”
”어! 저 한국 사람이에요!”
검은 눈의 그녀가 환하게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그녀는 살짝 어색한 발음으로 한국말을 했다. 그녀는 입양아이고 이름은 수미라고 했다. 그녀의 이름이 한국이름이라고 말했더니, 그녀의 부모님께서 일본으로 여행을 가셨다가 들은 이름인데 너무 예뻐서 나중에 딸에게 이름을 지어주자고 생각해 놓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녀에게 수미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도 굉장히 많이 쓰이는 여자의 이름이라고 말해주자, 무척이나 기뻐했다. 검은 눈의 수미는 생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입양이 되어 한국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다만, 그녀가 한국에서 입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발음은 조금 서툴렀지만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굉장히 유창했다. 그녀에게 나는 내 이름과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얘기해 주고, 아침마다 스웨덴어를 취미로 공부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취미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도 알려줬다. 이럴 때 쓰려고 그랬나 하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은 스웨덴어를 쓰는 것보다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편하며, 수미 역시 스웨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니 영어를 써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글은 스웨덴어라 여행하는 동안 배워두면 편할 것이라고 얘기해 줬다. 그리고 최근 스웨덴에서 커피원두를 수입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것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녀는 스웨덴의 커피가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준 나라에 소개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기뻐했다. 그녀와 간단히 소개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도중에 회색 코트의 할아버지가 오늘도 신문을 옆구리에 끼고 나타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우리를 향해 처음으로 방긋 웃으시며 아는 체를 하셨다. 수미는 얼른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늘 앉으시던 자리에 가서 앉으셨다. 그런데 오늘은 내게 등을 보이는 자리가 아닌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시고는 빙긋 웃으시며 신문을 펼치신다. 이윽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할아버지가 접시를 들고 내 자리로 오셔서 ”같이 앉아도 될까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조금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