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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차 Jan 05. 2024

반달

#13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그냥 주말 내내 멍했다. 싱크대 위에 있던 포장 죽을 데워 먹었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매 끼니마다 약을 챙겨 먹었다. 금요일 밤 잠에서 깼을 때 이미 감기기운은 다 가셨지만, 잊지않고 약은 챙겨 먹었다. 마치 어느 것이 현실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행동을 반복했다. 밥을 먹고 약을 먹고 TV를 틀어 놓고 아무 소리나 듣는 와중에도 계속 반달을 생각했다. 

 다시 월요일, 늘 그랬던 것처럼 출근할 채비를 하고 사람들로 꽉 찬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골목 끝에 ”반달”이 있다. 그리고 수미도 있다. 여전히 멍하다. 오늘은 스웨덴어를 공부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인사를 했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메일을 확인하고 업무를 준비했다. 9시 15분. 회색코트의 할아버지가 한쪽 옆구리에 돌돌 말린 신문을 끼고 방문하실 시간. 12시. 점심시간 오늘의 메뉴는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한정식 식당의 점심메뉴를 먹기로 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면서 다들 휴일에 뭘 하고 보냈는지 얘기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나는 환하게 웃던 수미를 생각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들 커피를 마시러 가는데 오늘은 내키지 않았다. 얼른 사무실로 올라와 늘 가지고 다니던 책을 폈다. 책갈피가 "반달"에서 겨우 몇 장 넘겨간 그 페이지에 꽂혀 있다. 마음이 급해진다. 모두들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저가 검색을 할 새도 없이 스웨덴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나는 긴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어쩌면, 사진 속 그 골목길 끝에는 ”반달”이 회색코트의 할아버지도 그리고 수미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확신이 든다. 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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