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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ul 28. 2022

시골 회사의 회식

강변에서 마시자



휴가를 앞두고 회식이 잡혔다. 우리 보스는 팀 빌딩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매니저들이 다 모여서 한잔할 수 있는 자리를 두어 달에 한 번은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지난번에는 진짜 맥주만 한잔씩 했는데, 이번에는 휴가 전에 먹고(!) 마시기로 함. 바비큐를 할 것이냐 미리 음식을 준비해와서 먹을 것이냐 토론이 오갔다. 작년에도 같은 곳에서 바비큐를 했다는데 한때 셰프였던(지금도 취미로 요리를 하는) 다른 매니저가 고기 굽느라 너무 고생했다고,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간단한 요리를 먹기로 결정! 파에야를 먹을 것인지 칠리 꼰 까르네를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한참 걸렸다. 참석자들이 전부 먹는 데는 진심이라 며칠간의 투표 끝에 칠리 꼰 까르네를 먹기로 하고 각자 마실 것을 들고 퇴근 후 강변에서 모이기로 했다.


여기서 회식한다며
다 어디 갔누


분명 6시에 시작한다고 했는데, 시간 맞춰서 왔는데 왜 아무도 없지? 한 5분이 지나니 음식을 준비한 동료가 도착하고 한 20분이 지나니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동료들. "나 시간 맞춰 왔는데 아무도 없었어" 했더니 다들 "6시에 시작이 아니라 6시 '부터' 시작이라 그 이후에 아무 때나 오는 거야. 한국에서는 6시에 모이라고 하면 다 와있어?" 하길래 코리안 타임이 있긴 하지만 프렌치 타임에 견줄 바가 못된다고 이야기해줬다. 한국에 있을 때는 6시에 회식한다고 하면 다 식당에 가서 앉아있었는데. 이제 프렌치 타임 참고해서 다음부턴 천천히 가야지.  

  

지난주엔 38도까지 올라가서 해가 진 이후에도 30도라 정말 힘들었는데 다행히도 이번 주는 기온이 좀 떨어진지라 저녁에 선선해서 야외 회식이 힘들지 않았다. 동료들이 들고 온 맥주를 맛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 또는 먹기 싫어서 치우려고 들고 온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의자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서서 먹고 마시다 보니 여러 동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뭔가 했더니 바비큐라 이렇게 이동용 그릴을 설치할 수 있다


아페리티프로 로제 와인이랑 맥주를 마시면서 과카몰리, 칠리/살사 소스를 나쵸에 찍어 먹으면서 수다만 한두 시간   같다. 동료들이 쏘시송(말린 소시지 같은 )이랑 다른 핑거푸드를 들고 와서 먹어보라 나눠주는데 식사를 하기도 전에 이미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먹는  조심하라고 프랑스에서 정신 놓고 먹다 보면 엄청 살찔 거라길래 흘겨봄. 아니 그럼 자꾸 먹을  주지 말라고..!


6시에 모여서 마시고 이야기하다가 드디어  먹을 시간! 시계를 보니 8시쯤   같다. 그런데 이미 너무 배불러서   먹음 래도 너무 맛있어서 최대한 밀어 넣었다. 우걱우걱 먹는  옆에서 주말에 자전거  타라고 잔소리하던 동료들.  


TADA! 사워크림과 바게트, 그리고 칠리꼰까르네


강낭콩과 고기를 많이 넣어 만든 칠리꼰까르네! 홈메이드 핫소스도 있어서 곁들였는데 진짜 매웠다. 프랑스에 온 뒤로 처음 먹어보는 매운맛이라 난 너무 좋았고, 옆에서 같이 먹던 프랑스 동료들은 핫소스 곁들였다가 눈물 콧물 다 빼길래 한국에서는 스트레스받으면 매운 음식 먹어서 울분을 날린다고 이야기해줌. 아니 고통을 고통으로 잊는다고?하길래 원래 이열치열 아니냐며.. 그런데 이열치열조차도 무슨 소리냐던 동료들.




어제 마셨던 와인들. 맛있어서 사진을 찍어둠


이런저런 먹는 이야기를 하다가 (먹으면서 다음에 먹을 거 이야기하는 건 세계적인 건가 봄) 긴 3주간의 휴가 기간 동안 뭐할 건지 물어봤는데 생각보다 다들 별 계획이 없어서 놀랐다. 아니 3주 동안 뭐할 거야 너네? 나도 딱히 별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 전에는 해가 바뀌면 여름휴가 티켓팅 하기 바빴는데 코로나로 3년간 집콕하다 보니 나도 집콕이 디폴트가 된 건가... 생각해보면 여기서는 차 타고 3시간 정도면 스위스도, 이탈리아도 갈 수 있고 비행기를 타면 유럽 어디라도 한 시간 컷이라 딱히 큰 계획이 필요하지 않기도 해서 일단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이틀만 더 일하면 바캉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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