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아 Jun 09. 2022

퇴근하고 한잔할래?

정말 한잔



이곳에 오고나서 두번의 월마감을 했다. 한국에서 처럼 월말 인보이스 확인을 해야되는 업무는 아니지만 5월 실적이 시스템에 업데이트 되자 시킨 사람도 없는데 KPI 며 생산실적을 정리해서 레포트를 했다. 프랑스 와서 편하게 지내려면 그럴수도 있었는데, 꾸역꾸역 일을 찾아서 하는걸 보면 일이 많은게 내 팔자려니 싶기도 하다.


두달 전에 새로 팀에 합류한뒤로 한국에서처럼 모두 모여서 환영회를 하는 그런일은 없었다. 아직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닐때라 오히려 그런 무관심이 고맙기도 했다.


다른팀 출장자 저녁사준다길래 따라가서 마셨던 와인


그러던 차에 월마감이 끝나고 우리팀 디렉터가 매니저들에게 인비테이션을 보낸 것. 전에 일했던 한국팀에서처럼 ‘꼭’ 연휴 전날에 급하게 공지하면서 ‘모두 필참’ 이런거 아니고,


캐주얼하게 간만에 모여서 한잔 하려고 하니 (내가 쏠게!), 시간 되는 사람은 부담없이 와!
@7pm 드레스 코드 없음


7시에 모이라니.. 보통 5시에 퇴근하는데. 집에가서 저녁 먹고 오라는 건가? 좀 어중간한 시간이라 고민을 좀 했다. 가뜩이나 주중이라 피곤한데 갈까 말까 하다가 그러고 보니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한번도 밖에서 본 적이 없는지라 퇴근하고 집에 들러서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편하게 나갔다.


한국에서 보통 한잔 하자고 하면 일단 안주가 맛있는 집을 ‘막내가’ 수소문해서 예약한 뒤에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고 다음날 아침부터 초코우유로 해장 한 다음 좀비가 되어서 일하는게 보통이었는데. 프랑스에서는 디렉터가 장소 섭외해서 예약하고 시간되는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서 진짜 맥주 한잔(또는 두잔) 마심.


그나마도 옆팀 매니저 C가 그날 한턱 쏘기로 한 우리 디렉터한테 “뭐 씹을거라도 있어야 안되겠냐, 샤퀴테리 한접시 하자! “고 한마디 해서 안주를 시킨 것이었고 정말 간단하게 맥주만 한두잔 마시고 두어시간 수다 떨다가 헤어졌다. 7시에 만나서 9시반쯤 헤어지는데 밖은 아직도 훤하고 시골의 허허 벌판에 있는 술집이라 다들 운전해서 귀가..  여러모로 문화적 충격이었던 날.


10시가 다되가는데도 환한 초여름날


한국에 있을 때 한잔 하자고 하면 정말 부담스럽고 다음날이 걱정되었었는데. 이렇게 진짜 간단하게 한잔 하는거라면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와중에 맥주 작은컵으로 두잔마시고 귀가하는 나한테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던 우리 디렉터. 대체 뭐가 괜찮냐는 건지.. 술이 너무 적은데 괜찮아? 술 너무 많이 마셨는데 괜찮아? 뭐라도 괜찮소. ça va!






이전 16화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다른 프랑스 직장생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