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관한 기록
어린 시절의 몸은 지금과 달리 아직 자기 자신이었다.
여름 골목에서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웃고 있던 그 몸은, 누군가의 시선을 예상하거나 어떤 기준에 맞춰 스스로를 재단하기 이전의 몸이었다.
넘어지면 아프고, 뛰면 뜨거워지고, 비가 오면 온몸으로 그 사실을 알아챘다. 몸은 그때 오직 감각의 도구였고, 아직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그 시절이 정확히 언제 끝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해 여름인가부터,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는 공간이 갑자기 불편해졌다.
전날까지 아무렇지 않던 공간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달라졌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것이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의 시작이었는지, 아니면 이미 시작된 부끄러움이 그 순간에야 표면으로 드러난 것인지조차 나는 지금도 확신하지 못한다.
부끄러움은 몸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것은 타인의 눈에서 시작되었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눈이 된다.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딱히 악의가 있었던 것도,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날카로웠던 것도 아닌, 몸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으로 굳어지는 방식이 있다.
그 시각은 처음에는 외부에서 빌려온 것이지만, 충분히 오래 사용하면 어느새 자신의 것이 된다. 거울을 보는 방식도 그렇게 조금씩 바뀐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서다가, 지금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대리하여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있었다.
몸을 꺼내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따라붙는다.
해변에서, 수영장에서, 혹은 누군가와 가까운 거리에서.
그 자리에 몸을 내놓기까지 우리가 치르는 내밀한 계산들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옷을 고르는 일이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이제는 그 이전을 떠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린 시절의 몸이 자기 자신이었다면, 지금의 몸은 어쩌면 사회의 일부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감각의 도구이기 이전에 먼저 관계의 매개가 된 몸. 뜨겁거나 차갑거나 아프기 이전에 먼저 보이는 몸.
부끄러움이 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몸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다만 거울 앞에 서면 여전히 무언가를 먼저 확인하게 되고, 낯선 시선이 닿는 순간 오래된 반응이 먼저 작동한다.
그 반응이 어디서 학습된 것인지, 나는 아직 그 출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