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 보기로 했다고는 했지만, 막상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한동안 알지 못했다.
다만 단서처럼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었다. 몸을 잊었던 순간들. 정확히는, 몸이 그냥 몸이었던 순간들.
보이거나 가늠되거나 다듬어지기 이전의 몸,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만 남아 숨 쉬던 그런 순간들.
오래 달린 뒤가 그랬다.
숨이 헐떡이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그 순간에는,
이상하게도 몸을 향한 잡념들이 사라진다.
어떻게 보이는지, 어디가 모자란 지 그런 질문들이 끼어들 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몸은 그때 오직 뛴다는 것 하나에 온전히 깃들어 있다.
뜨거운 물에 오래 잠겨 있으면 몸의 윤곽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팔과 어깨에 닿는 물의 무게가 오래 머물수록, 내가 나를 살피던 마음도 조금씩 느슨해졌다.
그 잠잠함은 노곤함과는 결이 달랐다. 무언가가 잠시 내려앉는 느낌에 가까웠다.
그 순간들의 공통점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시선이 없었다.
타인의 시선도, 그보다 더 끈질긴 자기 자신의 시선도. 달리는 동안 나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헤아리지 않았고, 물속에 잠겨 있는 동안 나는 내 몸의 어느 대목이 마음에 걸리는지를 살피지 않았다.
시선이 거두어진 자리에서 몸은 비로소 감각으로만 남았다.
그 상태가 얼마나 드문 것인지를, 나는 그때 처음 헤아렸다.
우리는 몸 안에 있으면서 늘 몸 바깥에도 있다.
걸어가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걷히는지를 의식하고, 누군가와 마주 앉아서도 지금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지를 가늠한다. 몸 안에 있되 몸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언제나 함께 깃들어 있는 것이다. 그 시선이 없어지는 순간이 이토록 드물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순간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달리기가 끝나면 몸은 다시 보여지는 몸으로 돌아왔다. 욕조에서 나오면 거울이 있었다.
몸이 그냥 몸이었던 그 순간들은 언제나 금세 사그라들었고, 나는 그것이 본디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가 달라지면 조금 더 오래 붙들 수 있는 것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몸이 감각으로만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자리일까.
혼자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홀로 있을 때도 우리는 스스로를 향한 시선을 좀처럼 거두지 못한다. 그렇다면 혼자가 아닌 자리에서, 그러나 가늠하거나 가늠당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그런 자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 물음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아직 말할 차례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해 가을, 처음으로 낯선 사람들 앞에 섰다.
옷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