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이다 정말
머릿속에 여한의사를 그려보자.
단정한 단발에, 차분하고 지적인 목소리, 나긋나긋 전하는 따스한 멘트를 떠올릴 것이다.
한편, 여기 SNS에 꼬장꼬장 귀여운 글을 쓰고 댓글로 주접을 떨며 깔깔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놀랍게도 이 두 인물은 동일인물이다.
어느 여름날, 나는 나의 귀여움을 나만 아는 것이 아쉬워 sns를 시작했다.
본캐와의 괴리감을 극복할 자신이 없어 필명으로 신나게 글을 써댔다.
팔로워가 늘고 댓글이 달리고, 거기에 내가 또 댓글을 달며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서히 앞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한 걸 직감한 것은 두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루는 눈이 찌르는 듯 아파 안과로 달려갔다.
각막궤양이라고 했다.
이따금 깜빡거리는 것도 잊은 채 SNS에 골몰하느라 바싹 말라버린 안구는 작은 스크래치에도 깊은 상처를 받았다.
큰일이라며 의사는 2주간 렌즈착용을 금지시키고 안경을 쓰게 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냐고 의사가 물었고,
'그러게요.'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원인을 알고 있었다.
다만 창피해 말하지 못했을 뿐이다.
여기 다시,
두꺼운 안경을 끼고, SNS에 꼬장꼬장 귀여운 글을 쓰고 댓글로 주접을 떨며 깔깔대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한의사다.
남들처럼 의사 말 더럽게 안 듣는 환자인 그녀는 오늘도 눈을 포기하고 연재글로 구독자를 즐겁게 할 궁리를 한다.
오늘의 약재: 결명자
눈을 맑게해주고 실명과 야맹증을 치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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