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세상이 나와 등을 돌리고
바람이 거꾸로 불어올 때
나는 더욱 낮게 엎드린다.
무릎이 닿는 곳마다 먼지가 일어
발자국 대신
몸으로 길을 긋는다.
세상의 무게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가슴 위에 얹혀 있고,
숨이 가빠올수록
삶은 바닥을 긁어대며
자꾸만 부서진다.
손끝에 닿는 작은 돌멩이,
내 발목을 붙드는 잔가지들.
그것들이 나를 바닥으로 더 바닥으로
내려 앉힌다.
눈앞의 지평선이 뒤집힌다.
등이 땅에 닿자 느껴지는
금이 간 바닥 틈새에 숨어든 작은 이끼와
그것이 낚아챈 희미한 습기들.
나는 다시 엎드린다.
바람과 먼지가 어지럽게 얽힌 그 사이,
축축한 이끼도 함께 어지럽게 흔들리며
세상의 맥박을 흘려보낸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떠받치듯
나도 이 땅에 붙어
세상의 작은 자국이 된다.
2024.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