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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배 Sep 19. 2024

[시] 나목(裸木)

한 해의 화소를 후회처럼 놓아버리고

앙상한 이야기의 가지들만 남긴 나목.


그렇게 인생을 잃어버린 양

한참을 땅에 처박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떤 것도 기댈 수 없을 것 같던

가지 끝에, 그 몸짓에,

작디작은 눈발들이 소복이 내려앉으면

허우적거림은 이제 두 팔  뻗는 기지개가 된다.


그렇게 나목은 두 손으로

희미한 기억 속에 흘러가는 봄을 낚아채고

다시 소복한 이야기의 시작을 터뜨릴 준비를 한다.


202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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