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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배 Sep 19. 2024

[시] 자국

자국


세상이 나와 등을 돌리고

바람이 거꾸로 불어올 때

나는 더욱 낮게 엎드린다.

무릎이 닿는 곳마다 먼지가 일어

발자국 대신

몸으로 길을 긋는다.


세상의 무게는 커다란 돌덩이처럼

가슴 위에 얹혀 있고,

숨이 가빠올수록

삶은 바닥을 긁어대며

자꾸만 부서진다.

손끝에 닿는 작은 돌멩이,

내 발목을 붙드는 잔가지들.

그것들이 나를 바닥으로 더 바닥으로

내려 앉힌다.


눈앞의 지평선이 뒤집힌다.

등이 땅에 닿자 느껴지는

금이 간 바닥 틈새에 숨어든 작은 이끼와

그것이 낚아챈 희미한 습기들.


나는 다시 엎드린다.

바람과 먼지가 어지럽게 얽힌 그 사이,

축축한 이끼도 함께 어지럽게 흔들리며

세상의 맥박을 흘려보낸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떠받치듯

나도 이 땅에 붙어

세상의 작은 자국이 된다.


202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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