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만 원 강사'에서 은퇴하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by 너울

17년 전,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날을 기억합니다. 간호사 면허증을 가졌지만 종합병원 퇴사를 선택한 후 줄어든 월급을 채우기 위해 밤마다 강의실로 향해야 했던 절실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강사료는 '시간당 2만 원' 이었습니다.


최근 김미경 선생님의 영상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분 역시 시작은 2만 원이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분에 비하면 저는 아직 유명하지도, 엄청난 부를 이룬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17년이 흐른 지금, 저는 더 이상 시간에 저당 잡힌 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상근 조건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고, 매년 인세를 받는 저자가 되었으며, 이러닝 개발자로 콘텐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성장해야 할 지점들을 곳곳에 두고 있는 부족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시급 2만 원 강사'라는 타이틀로부터의 은퇴를 준비하려 합니다.


사실 2026년에 바로 마이크를 내려놓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2026년을 '연착륙의 해' 로 정했습니다. 요양보호사 양성강의를 일주일에 단 한 번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정리했습니다.


왜 모두 그만두지 않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제 책 <너울샘 요양보호사 문제집> 을 아껴주시는 분들에 대한 A/S를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저자로서 현장의 감각을 유지하며 독자들에게 가장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그것이 17년간 저를 키워준 현장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26년은 그렇게 '남겨진 것'들을 돌보며, 동시에 2027년 평생교육원 정규 과정을 위한 에너지를 비축하는 전이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여전히 강의를 할 예정이지만 노력한 만큼에 대한 합당한 강사비를 받고 일하려고 합니다. 17년 동안 강사비의 변동이 없는 곳이 제가 머물던 곳이었으니까요.


이 17년의 여정, '시간당 2만 원'이 어떻게 '콘텐츠의 힘'이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볼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아껴두려고 합니다. 2026년 한 해 동안 제가 직접 '은퇴의 과정'을 살아내 본 뒤, 그 생생한 기록을 담아 2027년 초, 브런치 정규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


노동의 시간을 팔아 삶을 지탱하던 강사가 어떻게 자신의 가치를 파는 디렉터로 거듭날 수 있었는지, 그 치열하고도 찬란한 '은퇴 성공기'를 기대해 주세요. 1년의 목표가 뚜렷해 진 것 같아 아주 많이 설레입니다.


2026년 한 해, 저와 함께 '아름다운 마무리'와 '설레는 시작'을 응원해 주시겠어요?

저는 오늘도 제 가방 속에, 2만 원 이상의 가치를 담은 질문들을 넣고 강의실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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